독 전체노사 “힘겨루기” 양상/구동독지역 60년만에 파업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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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임금합의 “실행무리”“전례없다” 대결/통일후유증·불황속 「경제거인」 비틀
구동독 금속·철강업계가 예정대로 3일 파업에 돌입한다.
이번 파업은 이 지역에서 60년만에 처음 벌어지는 파업이라는 점에서뿐 아니라 통일 동독의 최대 과제인 구동독지역 경제재건이 난항을 겪고있는 가운데 폭발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독일금속노련(IG메탈) 집행부는 지난달 29일 구동독 철강업계와 작센주 및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IG메탈이 노조원 직접투표를 통해 파업을 결의함에 따라 파업강행을 최종 결정했다. IG메탈의 파업결정 이후 쿠르트 비텐코프 작센주지사 등이 막판 중재에 나서는 등 파업을 막기 위한 노력이 전개됐으나 무위로 끝나 결국 지난 33년이후 60년만에 파업이 발생하게 됐다.
이번 파업에는 구동독 50개 업체 2만8천4백명의 노조원이 참가하게 되며,우선 3일에는 구동독 전역의 철강업체와 작센주 20개 금속업체가,4일에는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24개업체가 일제히 파업에 들어가게 된다.
IG메탈 집행부는 또 이미 구동독의 나머지 3개주 IG메탈의 파업여부에 대한 노조원 직접투표를 오는 10일 실시하기로 결정,12일까지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파업은 구동독 전역으로 확대되고 구서독 지역에서도 동조파업이 전개될 전망이다.
이번 파업은 사용자측의 일방적인 노사합의사항 파기에서 비롯됐다. 통일 이듬해인 91년 노사양측은 구동독 노동자의 임금이 93년에는 구서독 노동자의 82%,94년에는 1백%가 되도록 임금을 인상한다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여건상 이를 도저히 이행할 형편이 못되는 사용자측은 임금 26%인상 대신 9% 인상안을 제시,지난달 1일 노조측이 경고파업을 벌이면서 노사분규가 시작됐다.
이어 노조측이 지난달 중순 두번째 경고파업을 벌이고 26일에는 파업결정투표에 들어가는 등 강경 자세로 나오자 비덴코프 작센주지사가 『올 임금은 26%인상하되 동서독 노동자의 임금이 같아지는 시기를 95년으로 1년 연장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하는 등 중재에 나섰으나 노사양측이 이를 거부했다.
사용자측은 91년 노사합의 사항을 준수할 경우 10만명의 해고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며,이를 완전 무효로 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 대신 9%인상안을 다소 상향조정할 의향은 내비치고 있다.
노조측도 노사합의사항 이행이 무리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측은 독일 노동운동사상 처음있는 이번 사용자측의 노사합의파기를 그대로 인정할 경우 이것이 전례가 돼 앞으로 이러한 사태가 반복될 것을 우려,끝까지 투항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파업은 단순히 IG메탈과 사용자 사이의 분규라기보다는 독일 전체노조와 사용자측의 일대 힘겨루기라는 양상을 띠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통일의 후유증이라 할 수 있는 이번 파업이 구동독 전역으로 확대될 경우 통일후 그간 3천5백억마르크(약 1백75조원)의 투자가 이뤄져 이제 막 제자리를 잡아가려는 이 지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다 서쪽지역의 경제도 세계적 장기불황의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어 이번 파업은 경제거인 독일이 노사분규의 악순환에 휘말릴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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