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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연예가] 선우용녀의 유쾌한 '家事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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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면

연예인들이 가장 자신 있게 하는 성대모사 중 하나가 바로 탤런트 오지명. 양손을 주먹 쥔 채 엄지와 검지만 곧게 펴고 이때 우렁차게 그녀의 이름만 부르면 된다. "용녀, 용녀~." 그래서인지 듣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유쾌한 중년, 탤런트 선우용녀에게는 고운 외모와 달리 친근하고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편안함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드라마 캐릭터가 빚어준 이미지일 뿐이지 실제는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섣불리 그런 느낌을 기대하다간 서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예를 들면, 코믹하고 발랄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논스톱'(MBC)의 양동근, '화려한 시절'(SBS)의 류승범이 단연 대표주자. 그들의 무뚝뚝함에 맘 상했던 기억이 있기에 혹여 그녀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맘에 조심스런 접근이 시도됐다.

"목소리 들으면 애교가 많으실 것 같아요?"

"무슨? 나 애교 없어…."

20대도 따라하기 힘든 매력적인 비음의 소유자, 선우용녀가 의외로 애교가 없다는 것은 그녀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는 서막에 불과했다.

"연배에 비해서 피부도 너무 좋으시고, 몸매도 날씬하신데… 평소 운동 얼마나 하세요?"

"운동? 안 해…."

연예인 중 대부분이 타고난 백옥같은 피부에, 수퍼모델 몸매라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던 터라 그녀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려는 순간.

"운동을 뭐 하러 따로 해. 집안살림 열심히 하면 되지."

"정말 살림을 직접 하세요?" "그럼, 얼마나 재밌는데."

올해로 결혼 34년차 프로 주부, 선우용녀에겐 가사노동을 가사운동으로 승화시킨 그녀만의 엄청난 비책이 있었다. 7년간의 미국생활 시절, 아이들 방에 각각 빨래바구니를 두고 주말에 스스로 빨래를 시켰던 그녀는 어느새 슬하의 1남1녀 모두 출가시키고 비로소 남편과 단둘이 살게 된 요즘 제2의 신혼살림 재미에 푹 빠졌다고 한다. 바쁜 방송생활 때문에 대신 살림해 주던 가사 도우미 아줌마의 손길을 거부한 지도 벌써 5년째. 덕분에 평소 물 한잔 뜨지 않던 권위적인 남편을 자연스럽게 가사에 동참시킬 수 있었고, 쓰레기 분리수거 담당 타이틀까지 얹어줬다고. 특히, 남자가 부엌을 사랑해야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명언을 거듭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녀만의 최고의 살림 파트너는 바로 음악!! 클래식에서 뽕짝까지 편식하지 않는 음악적 취향을 가진 그녀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신바람나게 청소를 한단다. 물론 이때 곁들이는 노래와 댄스는 기본. 마무리로 뭉친 어깨를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설거지할 때는 고무장갑을 끼고 반드시 뜨거운 물로 그릇의 묵은 속때까지 씻어 주는 것은 물론 이때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를 얼굴에 촉촉히 쐬어주면 비싼 피부관리실 따로 갈 필요 없다고.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던가? 아름다운 중년, 선우용녀에겐 가사노동과 운동의 차이가 종이 한장일 뿐이었다.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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