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너무 높았나 '검은 금요일'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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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은 데 뺨 때린 격이었다. 석 달간 거침없이 오르며 2000을 돌파했던 코스피 지수가 급락, 1800선대로 주저앉았다. 단기 급등에 뉴욕발 주가 급락 악재가 겹친 때문이었다. 시장에선 주가가 단기간 워낙 많이 올라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조정 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7일 하루에만 39조원이 사라졌다.

◆"올 것이 왔다"=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80.32포인트(-4.09%) 떨어진 1883.22로 마감했다. 2000년 4월 17일(-93.17포인트) 이후 사상 두 번째 큰폭 하락이다. 전날 40.68포인트가 빠진 데 이어 이틀 동안 121포인트가 떨어졌다. 이틀간 시가총액도 63조원(유가증권 60조원, 코스닥 3조원)이 증발했다. 선물시장도 4.9%가 급락, 단기 급락에 따른 사이드카(매매 거래정지 조치) 발동 직전까지 몰렸다. '검은 금요일'이라 부를 만했다.

외국인들은 이날 하루 8447억원어치를 팔았다. 사상 최대다. 개인투자자들도 사상 최대인 7138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밀리는 지수를 막아 내기엔 힘에 부쳤다.

2000을 돌파한 지 이틀 만에 코스피 지수가 1800대로 주저앉았다. 27일 코스피 지수는 사상 최대 물량을 팔아치운 외국인 매도세에 밀려 80.32포인트 내린 1883.22로 마감했다.

◆뉴욕발 '급락 도미노'=이날 급락은 증시에 최근 석 달여 동안 500여포인트가 오른 데 대한 불안 심리가 높은 데다 뉴욕발 악재가 겹치면서 일어났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전날 다우지수는 2% 넘게 급락했다. 영국과 독일.프랑스 증시도 2~3%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의 금융 부실이 세계 금융시장 전반에 신용위기를 부를 것이란 관측이 돌면서 아시아 주요 증시도 '급락 도미노'를 펼쳤다.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2.36% 내린 1만7283.81로 마감했다. 3개월 만에 최저다. 홍콩 증시는 2주래 최저, 대만 증시는 4.22%가 급락했다. 홀로 버티던 중국 증시마저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긴 조정 올 수도" VS "저가 매수의 기회야"=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덴 이견이 없지만, 전망과 처방은 증권사마다 엇갈린다.

삼성증권은 "위험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이번 조정은 예전과 좀 다르다"며 "주가가 내렸다고 성급하게 사기보다는 외국인 동향을 관망할 것"을 권했다.

반면 대신증권은 "지수 2000을 돌파한 데 따른 두려움으로 폭락하는 '마일스톤(이정표) 징크스'"라며 "차익 실현이 마무리되는 대로 조정이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식을 사들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았다. 임동민 동부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국내 유동성이 꾸준히 증시로 유입되는 만큼 지금을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 객장에는 급락 증시에도 아랑곳 않고 개인들의 투자 문의가 잇따랐다. 주식형펀드 수탁액은 72조648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총 펀드 수탁액도 262조717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갈아치웠다.

정부의 증시 과열 우려도 계속됐다. 이날 허경욱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한국 증시가 단기간에 빨리 올랐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근 권오규 경제부총리, 김석동 재경부 차관도 증시 과열을 잇따라 경고했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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