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탈레반 대변인 아마디 "처음부터 몸값 아닌 동료 석방 원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인질들은 여러 군데 분산 수용돼 있다. 그건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이곳저곳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

본지는 27일 한국인 인질 22명을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질문서를 탈레반과 잘 통하는 아프가니스탄 내 소식통에게 전해 주고 답변을 받은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인질들과 함께 지내나.

"그렇다. 내가 자리를 비울 때는 동료들이 한 시간마다 보고한다. 22명은 아직은 큰 이상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인질 중 몸이 아픈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한두 명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산악지역이고 임시 숙소들이기 때문에 여건이 좋지 않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겹쳐 인질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우리도 지치고 힘들다."

-식사는 현지 음식으로 하나.

"여기는 카불과는 다른 시골이다. 모든 생필품이 부족한 곳이다. 인질들은 우리와 같은 음식을 먹고 있다. 아프간 정부 협상단에 음식과 약품이 부족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약은 진통제 등 몇 가지 기본 구급약품뿐이다."

-한국 내 인질 가족들도 큰 고통을 받고 있다. 그들의 심정을 헤아려 봤나.

"우리는 처절한 투쟁을 하고 있다. 압제 정권.점령 세력과 싸우고 있다. 가족들이 고통스러운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 동료와 가족들도 무참히 희생됐다. 한국과 아프간 정부가 우리 요구를 수용한다면 더 이상 비극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협상 시한(27일 오후 4시30분.한국 시간)이 또 지났는데.

"상황을 보고 적절한 조치를 내리겠다. 무작정 시한을 연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국과 아프간 정부의 협상 자세에 따라 상황은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 우리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 둔다."

-협상 시한은 누가 결정하는가.

"슈라(부족 원로회의)다. 마을 원로와 종교 지도자들이 모인 회의에서 결정한다."

-조직 내부에서 협상 조건을 둘러싸고 이견은 없는가.

"우리는 슈라가 결정한 내용에 따라 움직인다. 상황에 따라 새로운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 다만 잘못된 소식통을 인용하면서 우리의 요구가 언론에 다르게 비춰지는 것 같다."

-지금까지 요구 사항이 여러 번 바뀐 것 같은데, 핵심은 무엇인가.

"우리가 조건을 변경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점령군 철수와 동료 석방을 원하는 것이다. 아프간 정부가 우리를 기만하고 있을 뿐이다."

-인질 석방 대가로 몸값을 요구했다는데 사실인가.

"절대 아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동료 석방을 요구해 왔다. 몸값 얘기를 꺼내는 것은 아프간 정부다. 수감자 석방을 꺼리는 아프간 정부가 계속 언론에 흘리는 얘기일 뿐이다."

-협상이 잘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아프간 정부의 태도 때문이다. 처음부터 우리의 요구에 신속하게 움직였으면 비극적인 일은 없었을 것이다."

-협상에 임하는 아프간 관리들의 자세는.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인 것 같다. 우리와 그들을 연결해 주는 중재자도 중간에 끼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지하게 협상에 임할 것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동료 수감자를 풀어 줄 가능성은 있다고 보나.

"우리는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예스와 노,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석방을 요구하는 동료 수감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아프간 정부에 이미 23명의 명단을 전달했다. 그쪽에 물어보라. 이들은 모두 아프간 동쪽의 풀리처키 중앙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두바이=서정민 특파원

◆가즈니 지역=1000년 전 가즈니 왕조 때 만들어진 오랜 도시다. 13세기 칭기즈칸 부대가 중앙아시아를 휩쓸 때 몽골 치하에 들어갔다. 마르코 폴로가 원나라로 향하면서 경유했던 곳으로 알려졌다. 19세기 말 영국군이 아프간을 쳐들어왔을 때 '가즈니 전투'로 알려진 최대 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