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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혈관 타고 번지는 담뱃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암의 위험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도 담배가 만암의 근원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담배가 암발생과 관련은 있겠지만 반드시 암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암에 걸리는 비율이 안 피우는 사람보다 얼마나 높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을뿐 암을 일으키는 과정이 눈에 보일 정도로 분명하게 규명된게 아니지 않느냐는 반문이다.
그러나 흡연자들의 이같은 반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답은 단호하다. 『담배는 가장 문제가 큰 발암물질로 확인됐다.』
연세대의대 김일순교수(예방의학·금연협의회회장)는『담배는 벤조피렌·벤조안트라센등 이미 밝혀진 발암물질만 2O여종이 들어있는 발암물질덩이』라고 설명했다. 담뱃진의 진득진득한 성분인 타르속에 주로 들어있는 이 발암물질들은 자동차배기가스나 식품속에 들어었다고 해서 선진국에서 한때 큰 물의를 일으켰던 바로 그 물질들이다. 니켈·폴로눔등 발암성을 가진 중금속도 함께 들어있다.
흡연때 타르는 입자가 극히 작은 상태로 폐 깊숙이 들어가 붙어버린다. 흡수된 타르는 피에 섞여 온몸으로 퍼져 몸 조직 여기저기에 달라붙는다.
서서히 빠져나가기는 하지만 쉽게 제거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간단히 말해 담배를 피우면 몸안에 발암물질을 바르거나 붙여두고 사는 것과 다름없다는 이야기다.
담배 한개비를 피우면 무게기준으로 0·5g의 연기를 마시는데 여기에는 미립자인 타르가 1백80mg, 가스성분이 3백20mg정도 들어있다.
하루 한갑씩 30년을 피운다면 몸에 들어온 타르의 양은 40kg이나 된다.
게다가 흡연은 여느 발암물질 흡입과는 다른 심각한 문제를 더 갖고 있다. 여러발암물질의 혼합 흡입이 그것이다.
서울대보건대학원 백남원교수(독성학) 는 『여러가지발암물질을 한꺼번에 마시면 발암성의 강도는 각 성분의 강도를 서로 곱한 수준으로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발암성이 10정도인 성분과 5정도인 성분이 합해지면 강도는 15가 아니고 50이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담배속에 들어있는 발암물질들은 양이 적더라도 충분히 흉기 노릇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초 오상정시인처럼 골초인데도 암은 커녕 7O세까지 장수한 사람들이 많지 않느냐는 반문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는 암이라는 질병의 특수성에 따른 것일뿐 담배의 발암성을 의심할 근거는 절대 아니라고 설명했다.
서울대의대 김용일교수(병리학)는 『암이라는 질병 자체가 딱 부러지게 원인이 들어오면 바로 결과가 나타나는게 아니다』고 말했다. 몸에 들어온 암인자는 여러 과정을 모두 거쳐야 비로소 암을 만들기 때문에 형광등에 전원을 넣으면 한참 후에 불이 밝아지듯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때로 생기지 않을수도 있다는 것.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암센터 김주항교수(혈액종양내과)는 『담배에 많이 들어있는 발암성 물질들의 90%는 그 자체가 바로 암을 일으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인체에 들어와 몸속의 효소에 의해 산화되고 대사되면서 비로소 일방세포를 암세포가 될수 있게 변화시키는 물질로 변한다. 이때 발암성 물질을 대사시키는 효소의 양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담배를 피워도 사람에 따라 암이 생기기도 하고 생기지 않을수도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요행을 바라기에 흡연은 너무 위험하다. 연세대의대 오희철교수(예방의학 는 『흡연자는 11명에 1명꼴로 폐암에 걸리는데 만성병의 원인중 이처럼 높은 강도로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비만·고혈압·운동부족등의 요인을 가진 사람들이 각종 성인병에 걸리는 정도보다 흡연으로 암에 걸리는 비율이 더욱 높다는 것. 살을뺀다, 운동을 한다하면서 좋다는 것만 챙겨 먹고 나쁘다는 것 다 피해봤자 담배 끊는 것보다 효과가 덜하다는 이야기다.
인제대의대 서울백병원 김철환교수(가정의학)는 『담배는 그냥 몸에 나쁜 정도가 아니고 아주 흉악한 발암물질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역으로 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끊는 것만큼 효과가 높은 암예방책도 없다고 했다.
『63빌딩에서 추락하나 3·1빌딩에서 떨어지나 결과는 마찬가지다.』
저타르의 순한 담배로 조금만 피우면 괜찮지 않겠느냐는 반문에 대해 한양대의대 이정권교수(가정의학)가 들려준 단호한 한마디였다. <제인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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