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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회 삼성화재배 세계오픈 통합예선전 7월 28일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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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강동윤 7단, 천야오예 9단, 이야마 유타 7단. 이들 3명은 한·중·일 3국의 최고 유망주들이자 라이벌이고 나이는 모두 1989년생(만18세) 동갑이다. 바둑은 강하지만 아직 세계대회 본선 시드를 획득하지 못한 이들이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에 나란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본선에 올라 세계 32강에 끼려면 최소 5연승을 거둬야 한다. 지난해엔 이들 세 명 중 강동윤과 천야오예가 관문을 뚫었고 공교롭게도 본선 첫판에 둘이 격돌해 강동윤이 졌다. 최근 이창호 9단을 꺾고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우승컵을 따내며 기세를 떨치고 있는 강동윤이지만 그때의 아픔만은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바둑대회인 12회 삼성화재배세계오픈(우승상금 2억원)이 28일 한·중·일·대만의 통합예선전을 시발로 6개월의 장정에 들어간다. 참가기사는 308명.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통합예선전에 참가하는 프로기사 수가 대회 개최 12년 만에 300명을 넘어섰다. 이 중 외국기사는 일본 51명, 중국 41명, 대만 14명 등 106명. 이들은 모두 자비로 출전한다. 삼성화재배 이전엔 항공료는 물론 숙식과 이동까지 모두 주최측이 책임질 때만 국제대회가 성사됐다. 따라서 삼성화재배가 2000년 5회 대회부터 사상 최초로 통합예선을 치르며 외국기사들의 ‘자비출전’을 천명하고 나섰을 때 한국기원조차 “중국·일본의 참가가 불투명하다. 대회가 성립될지 의문이다”며 우려했다.

 

하지만 첫해 외국기사들은 66명이나 참가했고 이후 계속 늘어나 드디어 총 참가 기사가 300명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린하이펑 9단, 고바야시 고이치 9단, 창하오 9단 등 당대 초일류기사들도 권위를 벗어던지고 구경꾼이 바글바글한 예선 대국장에서 머리를 맞댔다. 삼성화재배를 통해 탈(脫) 권위의 새로운 대회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전은 한 수 아래의 대만 기사들에겐 배움의 장이었고 일본의 신예 기사들에겐 세계 최강의 한국 바둑, 즉 ‘한국류’의 비밀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중국은 랭킹 순으로 최정예를 내보내 최대한 본선에 많이 진출시킨다는 전략을 고수해 왔다.

 이 바람에 일본은 <표>에서 보듯 2002년부터 3년 연속 본선 티켓을 한장도 따내지 못하는 치욕을 겪기도 했다. 대신 중국은 본선진출 비율에서 일본과 한국을 크게 앞선다.

 올해도 일본은 초단이 15명이나 대거 참가하는 등 신예 위주로 원정팀이 짜였다. 51명의 일본 참가자 중 가장 주목되는 기사는 이야마 유타 7단. 일본에서 지난해 최연소 타이틀 획득 기록을 세워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그는 이번 삼성화재배 예선전에서 한국·중국의 강자들과 다시 한번 겨루고 싶어 출전을 자원했다.

 중국은 2005년 이 대회 우승자인 뤄시허 9단, 중국 랭킹 2위 쿵제 7단, 5위 셰허 6단, TV아시아 우승자 왕시 9단(4위) 등 그야말로 초호화판이다. 이 중엔 세계대회에서 두 번이나 준우승하며 불과 18세에 9단이 된 중국 최고의 신예 천야오예도 있다.

 한국은 본선시드를 받은 9명을 제외한 191명이 출전한다. 후지쓰배 우승자 박정상 9단, 안조영 9단, 국수 윤준상 6단, 원성진 7단, 이영구 6단, 온소진 3단 등이 본선 진출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전자랜드배 왕중왕전에서 우승한 강동윤 7단도 이번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예선전에 나선다.

 한국은 이들 외에 아마추어 4명이 더 있다. 이미 한 달 전 전국의 아마추어 강자들이 총 집결한 가운데 대회를 벌여 강창배(우승), 강훈(준우승), 김정환(4강), 김현찬(4강) 등 4명이 출전권을 얻었다. 아마추어가 본선진출에 성공한 적은 아직 없다. 그러나 2년 전 김남훈 7단이 4연승을 거두며 결승까지 간 적이 있어 이변 가능성은 충분하다.

 여자 기사들은 2장의 티켓을 놓고 따로 예선전을 치른다. 루이나이웨이 9단 등 한·중·일 49명의 여자 기사들이 출사표를 냈다. 본선진출자 16명의 얼굴은 8월 2일 결정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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