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주의 조장 수험서 판친다/“공부않고 점수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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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리송한 답안이 정답 ○×문제엔 ×가 많다”
「대학입시에 합격하는 공부기술」「모르는 문제는 이렇게 찍어라」「쉽게 합격하는 비결」「누워서 대학가기」….
대리시험·기부금입학·정답유출사건 등 잇따른 입시부정이 사회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비리증후군을 반증이라도 하듯 정상적인 수험공부보다 「점수따는 비법」을 소개하는 수험서적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본고사·수학능력시험 등 내년부터 새롭게 바뀌는 입시제도에 혼란을 겪고있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상대로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끌만한 이 책들은 91년이후 부쩍 늘어 현재 서점가에 30여종이 선보이고 있으며 우리와는 교육현실에 차이가 있는 일본서적을 그대로 번역해 놓은 것도 반수에 달한다.
이러한 비법서들은 모두 학습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그럴듯하게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시험에 대한 요령 및 편법만 소개한 것이 대부분. 지문을 읽을 필요없이 선택답지만으로 정답을 골라내는 방법,출제자의 심리를 역이용해 함정을 피하는 수법,정답의 특성을 이용한 찍기 기술 등 성실한 학습보다 시험문제풀이의 요령을 알려주는데 주력한다.
문제의 유형에 따른 문제풀이 방법도 들어있으나 「선다식 문제는 아리송한 것이 정답인 경우가 많다」「○×문제는 ×가 많은 경향이 있다」「주관식 문제는 키워드를 돋보이게 써라」는 식의 내용도 많다.
한술더 떠 「투기적인 공부도 실력을 향상시킨다」「놀면서 수재를 이기는 비책」「공부란 노력을 하지않고 남의 기술이나 지식을 훔치는 일」 등의 목차로 가득찬 한탕주의(?)책도 있다. 교보문고 영업지원과 이진영씨(22·여)는 『하루 20여권,한달평균 4백여권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며 『학생들도 많이 찾지만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에게 더 인기』라고 말했다. 연세대 교육학과 이성호교수(47)는 『어떻게든 점수만 따면 된다는 학생 태도도 문제지만 이를 부추기고 편승하는 상업주의 출판이 보다 큰 문제』라며 『과정을 중시하는 사회전체의 개혁의지가 없는한 교육개혁은 요원한 이상향』이라고 지적했다.<이훈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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