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억원 들인 유엔대표부/박준영뉴욕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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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재외공관 운영현황과 공관원의 방만해 보이는 해외거주 행태는 외무부가 나라살림이나 국제수지 등에 관심이 있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한다.
해외공관원들은 값싼 주택을 임대하면 외무부가 책정한 주택비 한도액을 밑돌게 되고 결국 주택예산이 줄어들어 후임자에게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비싼집을 임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집이 크니 가재도구 등 살림살이 또한 자연 호사스럽게 마련이다.
과다한 주택비가 또다른 사치를 조장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외교관들과 주재원 혹은 교포들과의 위화감이 조장되기도 한다.
주유엔 한국대표부는 최근 1천1백만달러짜리 대사관저와 9백만달러짜리 공관건물을 각각 매입했다. 대사관저는 5백만달러를 들여 수리할 예정이고 대사관은 기존건물을 헐고 수천만달러를 들여 새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공관과 대사관저 구입 및 신·개축에 모두 약1억달러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계산이다.
이 돈은 수백개의 무너져 가는 중소기업을 회생시킬 수 있는 액수다.
유엔대표부는 현재 유엔본부 바로 옆에 대사관저와 3개의 콘도를 하나로 합친 차석대사의 관저를 갖고있다.
그 정도면 맨해턴의 유수한 선진국 대사관저에 손색이 없다.
일본대표부도 한국대표부 바로 아래층에 세들어 살고있다.
외무부와 유엔대표부는 한국의 유엔가입에 따라 거액을 들여 건물을 구입했으며,현재 부동산가격이 싸기 때문에 샀다는 경제논리를 들고있으나 부동산값은 계속 내리고 있고 특히 맨해턴은 여러 이유로 기업들이 계속 빠져나가 가격 상승전망도 불투명하다.
오히려 과거 북한과의 대결시대에 많이 배정됐던 예산이 국제정세의 변화로 남아돌게 되자 외무부가 이 예산을 계속 확보하기 위해 건물들을 구입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더욱 설득력있게 들린다.
국제수지가 악화되어 어려움을 겪고있는 시기에 외무부와 재외공관이 보이고 있는 이같은 예산 과다사용 행태는 혈세의 소중함과 국가라는 큰 숲을 보지 않는 부처이기주의의 산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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