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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공장(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금강산을 유람하고 돌아온 일행에게 함께 가지 못했던 친구가 유점사 법당의 건물형태를 물었으나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유람객중에 끼였던 장님 한 사람이 대답하기를 불전의 기왓골이 1백20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놀라 그 까닭을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법당 앞에 서 있을 때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기왓골에 흐르는 물이 땅에 떨어지면 처마 밑의 흙이 오목하게 패지 않느냐. 그걸 세어보아 알았다.』 해동잡록에 나오는 일화다.
두눈이 멀쩡한 사람들이 건성으로 휘돌아 보는 절경을 장님은 구경할 수 없었고,그래서 그는 지능과 촉각을 동원해 지각속에 그것을 보다 구체적으로 형상화했던 것이다. 시각장애는 촉각과 후각이 이를 보상하고,손의 장애는 발의,발의 장애는 손의 역할을 확대함으로써 상호보완적인 기능을 수행해낸다. 정신적 장애 또한 지체의 끊임없는 반복적 훈련에 의해 제한적이나마 기능을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자연의 섭리와 인간적인 노력을 극대화하면 장애자도 정상적인 근로와 삶의 영위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멀리는 헬런 켈러와 가까이는 스티븐 호킹이 바로 그 실례다.
구미제국에서 장애자를 노동현장에 투입시키려는 대책이 본격적으로 강화되기 시작한 것은 2차대전 이후다. 독일과 프랑스·영국·네덜란드·일본 등은 민간기업이 종업원의 3∼10%를 장애자로 의무고용토록 하는 할당고용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과 스웨덴은 장애자의 능력을 개발하는데 힘쓰고 기업의 장애자고용을 장려하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 약 96만명으로 추산되는 장애자를 가진 우리도 명색은 할당고용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고용실적은 미미하고 대부분 부담금 납부로 때우는 형편이다.
삼성전자가 22일 기공한 장애인 전용공장은 장애인의 재활과 복지를 위한 획기적인 사업이 아닐 수 없다. 나날이 혁신되고 있는 산업기술에 장애자들이 적응할 수 있는 교육훈련과 수용능력을 배양하는 것은 정부의 일이고,적극적으로 일할 의욕을 갖는 것은 장애자 스스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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