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반갑다, 펜팔 친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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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어릴 적 사연을 나눴던 펜팔을 근 30년 만에 만나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여행하는 것 같습니다.”

 ㈜ 대교의 미주법인 소장 박준희씨(43·사진<左>)가 최근 미국 위스콘신주에 사는, 약 30년 전 펜팔 친구 데비 메르켈(41·<右>)과 극적으로 상봉했다.두사람의 이야기는 현지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두 사람은 1978년부터 펜팔을 시작했다. 박씨는 14세의 중학교 2학년, 메르켈은 12세의 초등학교 6학년 소녀였다. 박 씨는 “옆집 고교생 형이 미국인과 편지하는 게 부러워 펜팔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학생잡지에 실린 광고를 보고 메르켈을 소개 받은 그는 입대하기 전까지 5년간 사연을 주고 받았다 한다. 그러나 당시 사병이 외국인과 펜팔하는 것은 불가능해 연락이 중단됐다.

 오랫 동안 끊어졌던 인연의 끈은 7년 전 박씨가 미국 주재원으로 발령이 나면서 다시 이어지는 계기를 맞는다. 미국에 도착한 그는 메르켈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위스콘신주에서 비행기로 2~3시간 이상 걸리는 애틀란타와 뉴욕에서 일했던 터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박씨는 8일 위스콘신주 매디슨에 출장을 가게 되자 메르켈이 이 지역에 살았다는 기억이 되살아났다.

박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데비 스미스’라는 처녀때 이름을 인터넷으로 검색, 비슷한 이름의 10여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중 전화를 받지 않는 이들에겐 자신의 사연을 설명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물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설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한 곳에서 “내가 30년전 친구가 맞는 것 같다”는 전화가 걸려왔던 것이다.

 두 사람은 결국 다음날 메르켈의 부모 집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됐다. 만나고 보니 노래를 잘 했던 12살 소녀는 이제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두 장의 싱글 앨범을 낼 정도로 그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가수가 돼 있었다. 박씨는 “옛 친구가 다녔던 초등학교와 편지를 붙였다는 우체국 등을 가보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며 “앞으로도 펜팔을 계속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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