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교육비리 척결 범위싸고 진통/난상토론 벌어진 수석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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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젠 매듭짓고 급한 현안 눈돌려야” 교문수석/“대충 끝내버리면 부정 확대 재생산” 공보수석
지난 20일 청와대 수석회의에서는 개혁과제의 처리속도와 방향을 놓고 보기드문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토론대상은 경원대 입시부정,교육평가원의 답안지 유출,논산병원 참사,무장탈영병 총기난사건 등이었다. 그중에도 특히 찬반개진이 치열했던 대목은 교육계의 비리 척결이었다.
1시간30분동안의 토론에서 가장 흥미있는 대목은 골수재야 출신으로 바깥에서는 개혁의 첨병 또는 개혁만능주의자로 알려진 김정남교문수석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나오는 사학과 교육계의 비리를 언제까지 캘것이냐』고 한점이다. 김 수석의 논지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없을 바에야 적당한 선에서 끝내고 시급히 해야할 일을 해야할 것 아니냐였다. 김 수석은 김영삼대통령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막상 정부에 들어와 교육계 비리가 이 지경에 도달한 것을 알고 놀랐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들추면 안걸릴 사색이 있겠느냐」는 것이 교육계의 현실이라면 언제까지 이 문제에 매달릴 것인가를 진지하게 논의해보자고 했다.
이에 대해 이경재공보수석 등 여러수석들은 개혁의 원칙을 들어 발본한원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태에서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가면 교육계비리는 더욱 깊어지고 개혁 전반에 주름을 줄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다른 한 수석은 그같은 반론에 대해 바로 그런 이유때문에 「미봉」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했다는 것이다. 즉 개혁으로 인한 부작용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 개혁구도 전체가 타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전반적으로 개혁과제를 재검토해 계속 추진하기로 하고 끝났지만 이날 회의의 전개과정은 청와대 참모들간에도 지금하고 있는 개혁의 속도에 대해 이견이 있음을 나타냈다. 물론 이른바 기득권층의 반개혁논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난번 장·차관,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파문때도 자발적 공개 등을 이유로 사후처리의 방법을 놓고 격론을 벌인 적이 있고 금융실명제를 둘러싸고도 청와대 수석회의는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 수석들은 교육계 비리 척결작업이 어떻게 끝날지 여부는 무엇보다 김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만큼 개혁은 대통령이 수석들보다 앞서가고 있가. 그러나 청와대 일부 참모진들이 속도조절에 미칠 영향은 지금부터 지켜볼 필요가 있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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