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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석방하라" 아프간 주민 1000여 명 시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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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프가니스탄 주민 1000여 명이 납치된 한국인 23명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가두시위를 24일 벌였다. AFP와 신화통신 등은 한국인들이 납치당한 아프가니스탄 중부 가즈니주의 주도인 가즈니시에서 주민 1000여 명이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가즈니시는 탈레반이 세를 떨치고 있는 카르바그에서 56㎞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가즈니시 주민들은 시가지를 행진하면서 탈레반의 납치가 이슬람 율법과 아프가니스탄 문화를 거스르는 비인간적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한국인들의 석방을 호소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간간이 반(反) 탈레반 구호도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자들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을 납치한 행위는 이슬람 전통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탈레반을 비판하는 이날 가두시위는 상당한 위험을 무릅쓴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0여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시위에 참가한 것은 한국인들이 그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의료 진료와 유아 교육 등 봉사 활동을 벌여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아프간 현지의 교민 소식통은 전했다.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도 봉사팀의 활동이 선교와 무관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가두시위가 가능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피랍자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점도 '여성을 해치는 행위는 전통에 어긋난다'는 현지 정서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카불에 본부를 둔 '자유의 목소리' 라디오 방송의 미르와이스 잘랄자이 프로듀서도 23일 "아프가니스탄인들은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에 큰 슬픔을 느끼면서 우리의 친구인 한국인을 납치한 탈레반의 행위를 규탄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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