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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비브리오균 끓이면 OK·파상풍 예방 백신이 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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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여름철에 수영장을 다녀온 후 유행성 각결막염이나 아폴로 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예방법이다. [중앙포토]

  작열하는 태양이 대지를 후끈하게 달구는 한여름. 인간과 미생물 간의 전쟁이 절정을 이룬다. 끈적끈적한 무더위는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곰팡이 등이 창궐하는 안성맞춤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엔 여름철 레저인구와 해외여행객이 급증하면서 파상풍과 해외에서 수입되는 전염병도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먹거리를 통한 감염병=더울 땐 먹거리 건강부터 챙겨야 한다. 가장 흔한 감염병은 살모넬라 식중독. 살모넬라는 주로 닭·오리 등 가금류에 상주하는데 이 균이 사람에게 감염되면 장염을 일으킨다. 장마철이나 무더운 날 음식 보관과정에서 균이 급속히 증식하므로 음식 재료 및 조리된 음식은 상온 방치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물론 충분히 끓이고 익혀 먹으면 예방된다.

 바닷물 온도가 17도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급속히 증식하는 비브리오균도 문제다. 생선·조개류 등을 통해 감염되는데 건강한 사람이라면 해산물을 날로 먹다가 ‘비브리오 파라헤몰리티쿠스’에 감염돼 장염을 초래한다. 복통·구토·발열·물설사·두통 등이 주증상. 며칠간 입원하면서 링거주사를 맞고 부족한 수분을 공급해 주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간경변·만성신부전·당뇨병 등 만성질환으로 면역상태가 떨어진 환자가 생선회나 조개를 날로 먹다 발병한다. 비브리오균이 면역상태가 떨어진 환자 몸에 들어가면 곧바로 혈액을 타고 전신에 퍼져 패혈증으로 진행된다. 치료를 받더라도 사망률은 30~40%에 이른다. 따라서 만성병 환자는 날씨가 쌀쌀해질 때까지 생선·조개류를 반드시 끓여 먹어야 한다. 비브리오균 역시 70도 이상에서 15분 이상 끓이면 제거된다.

 ◆해외에서 감염되는 전염병=상·하수도 시설이 일반화되면서 국내에선 사라진 듯한 콜레라가 개발도상국 여행 후 보고되고 있다. 예방을 위해선 여행지에서 끓인 음식, 깨끗한 식수, 껍질 깐 과일만 먹는 게 좋다.

 열대지역 풍토병인 모기 매개질환도 문제다. 열대 지역에서 감염되는 열대열 말라리아는 국내 말라리아(3일열 말라리아)와 달리 뇌손상 등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따라서 열대지역을 여행할 땐 여행 2주 전부터 귀국 후 4주까지 매주 한 번씩 예방약을 복용해야 한다. 또 저녁부터 새벽까지 긴 팔, 긴 바지를 입고 노출 피부에 곤충기피제 바르기 등을 늘 실천해야 한다.

 뎅기열 환자도 매년 30여 명 발생하는 등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린 지 5~8일 후 독감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병이다. 최선의 예방책은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다. 뎅기열 매개 모기는 말라리아 모기와 달리 낮에 활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레저 즐기기 전 파상풍 예방부터=여름철에 주말 농장·산·바다 등을 맨발로 다니다 보면 넘어지고 찔려 다치는 일이 흔히 발생한다.특히 상처 부위에 흙이 묻었을 땐 파상풍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파상풍은 피부나 점막을 통해 침입한다. 파상풍균의 테타노스파민이라는 강력한 독소는 근육을 마비시킨다. 통상 병균 침입 3일~3주 이내에 발병한다. 증상은 밥을 먹으려는 데 입이 안 벌어지는 상태로 시작해 점차 마비가 진행돼 결국 호흡마비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다행히 파상풍은 예방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문제는 어릴 때 4회 기본 접종을 받았더라도 매년 10년마다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추가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이 오염된 지역에서 상처를 입으면 즉시 병원에 가서 백신을 맞아야 한다.

 파상풍은 일단 증상이 발생하면 독소를 제거하는 치료법이 없다. 실제 발생한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등 보조적인 치료를 한두 달 받으면서 신경독이 저절로 없어져 마비가 풀릴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도움말=서울대병원 오명돈 교수, 삼성서울병원 백경란 교수(이상 감염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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