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교포 단가 3수 일본교과서에 수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문날인 등 차별한 읊어… 고1 국어책에
지문 강제날인 등으로 차별대우를 받아온 재일한국인 2세가 자신의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한 단가(우리시조와 비슷한 일본시)가 내년부터 사용될 일본 산세이도(삼성당) 발행 고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채택돼 일본 문부성으로부터 검정을 받았다.
이 단가를 지은 사람은 현재 일본 미에(삼중)현 우에노(상야)시에 살고 있는 이정자씨(여·46).
일제때 일본으로 건너온 부모밑에서 자란 이씨는 고교시절부터 단가에 심취,시작활동을 해왔으며 주로 재일한국인을 차별하는 일본사회의 모순을 작품 소재로 삼아왔다.
이씨는 처음에 가야마 마사코(향산 정자)란 일본식 이름으로 발표해오다 차츰 한국명을 쓰게 됐으며,84년 첫 시집 『봉선화』를 출간했다.
이번에 일본교과서 『국어Ⅰ』의 「현대의 단가」에 실리게된 단가 3수는 지난 91년 출간된 제2시집 『나그네 타령』에 수록된 작품.
이씨는 지난 83년 우에노에서 지문날인 반대운동에 참여,2년간 지문날인을 거부했지만 결국 좌절하고 말았다.
이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재일한국인·조선인이 나그네가 아닌 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을 이 단가에 담고있다. 다음은 일본 국어교과서에 실린 이씨의 단가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서로를 주장하느라 길어만 지는 이 밤의 전화
내 목소리엔 고독만이 떠돌 뿐
난 대체 내게있어 무엇이란 말인가 초조할 때면
이 밤 번쩍이는 번갯불이 내무릎을 비추네
어쩔 수 없이 별은 숨을 죽이고 여름밤은 깊어만 가는데
난 이길 수 없는 그것을 택해야 하네<김국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