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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수출업체 타격 … 금리인상 자제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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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희범(58·사진) 한국무역협회장은 23일 통화 당국에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 마련한 무협 창립 6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다. 두 주 전에 그는 나름대로 절박한 심정으로 “금리 인상 결정을 신중히 해 달라”는 건의문을 냈다.

하지만 사흘 뒤 한국은행은 정책금리인 콜금리를 0.25% 올렸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콜금리 인상이 국내 경기를 크게 저해할 정도의 높은 수준이 아니다”고 말해 추가 인상할 뜻도 내비쳤다.

 무협이 금리 인상 자제를 호소한 것은 환율 영향 때문이었다. 이 회장은 “금리 인상 직후 원-달러 환율 920원대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 환율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는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초미의 관심인 원-엔 환율도 잠시 소강 상태를 거치더니 740원대로 주저 앉았다.

한은 역시 이 회장 못지않게 고민이 깊다는 걸 그도 모를 리 없다. 한은도 환율 변수를 고려했지만 요즘 증시 과열과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일한 방책이 금리인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협 회장으로서 수출 채산성 악화로 아우성치는 영세 수출업체의 대변자로 나서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6만9000여 무협 회원사 가운데 60% 이상은 영세 업체다. 공장을 세울 수 없어 적자를 감수하면서 출혈 수출을 하는 곳들이 상당수다. 이 회장이 환율과 금리에 대해 당국에 강한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는 연유다.

그는 “수출 채산성이 10분기 연속 떨어지고 대일 적자는 갈수록 커진다”고 우려했다. “중국이나 일본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일은 좀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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