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대작 ‘쌍끌이 개봉’ … 또 관객몰이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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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디 워’에 한 주 앞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화려한 휴가’(7월 26일·사진)가 개봉한다. 100억원을 넘게 들인 대작이 이처럼 인접해 찾아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4년 전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와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할 뻔한 적이 있다. 당시 강우석 감독은 강제규 감독에게 두 영화의 개봉 사이에 3주쯤 간격을 두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영화 최고 제작비를 들인 두 영화가 맞대결하는 것을 피하자는 취지였다.

 ‘태극기…’의 후반작업이 늦어지면서 두 영화의 개봉 시기는 한 달 이상 벌어졌다. ‘실미도’가 2003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태극기…’가 이듬해 2월 초 설날 대목에 각각 개봉했다. 두 영화는 차례로 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서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들의 ‘쌍끌이 효과’에 힘입어 2004년 한국 영화 점유율은 당시 역대 최고인 59%를 기록했다.

 ‘화려한 휴가’와 ‘디 워’의 엇비슷한 개봉은 올 들어 한껏 위축된 한국 영화의 위상을 짐작하게 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위세가 다소 잦아들고, 여름방학이 한창인 시기를 저마다 한껏 활용하려는 판단으로 보인다.

 ‘스파이더맨3’로 시작된 올 할리우드의 공세는 ‘슈렉3’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작을 능가하는 흥행성적을 거뒀다. 특히 ‘트랜스포머’는 관객 600만 명을 넘어섰다. 외화로는 역대 최고 성적이다. 물론 최고 기록인 ‘괴물’(1300만 명)에는 못 미친다. 대작의 폭발력에선 아직 한국 영화가 앞선 상황이다. ‘화려한 휴가’와 ‘디 워’가 예전의 ‘쌍끌이 효과’를 재연할 수 있을지….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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