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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론」의 경전화 경계를|우상균교수 「이론텍스트…」논문발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권위주의화·경전화돼가는 문학이론을 경계하자」며 일부 기성 평단을 맹박하고 나선 글이 나와 적찮은 눈길을 끌고 있다. 영문학자 우상균씨(공주대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이론 텍스트의 글읽기」(『현대비평과 이론』5호)에서 『기독교인이 예수의 말을 두고 그 옳고 그름을 따지려하지 않는 것과 같이 문학이론을 경전시하는 경향이 강의·비평·창작의 전영역에 걸쳐 우리 문학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며 우리의 문학이론에 대한 잘못된 수용행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같은잡지 창간호에 실렸던 김욱동(서강대)·정정호(중앙대)교수의 논문을 살피며 우씨는 이 글들이 상투적 표현, 국내외 석학에 의존한 터무니 없는 논리 비약, 특수한 사례를 전체화시키는 오류등을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문학이론 또한 허구적인 문학작품보다 훨씬 보잘 것 없는 허구인데도 이를 경전화하려는 이론가들의 권위주의에서 비롯된 행태라는 것이 우씨의 지적.
○…우씨의 지적대로 작금의 우리 문학이론·비평은 스스로 너무 권위주의화·경직화하는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외국의 최신 이론을 앞뒤 안가리고 먼저 수입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돼버리는가하면 자신이 속한 유파의 지도적 이론가·평론가들의 글을 신주받들듯 모신다.
문학이론은 원리나 법칙이나 규범같은 것이 아니라, 작품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읽는 즐거움」의 대상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론을 지배이데올로기로 만들려는 것은 결국이론의 목을 죄는 일이며, 석학·선배이론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무턱대고 남의 약을 따라 먹는 것같은 위험하고 낭비적인 것이다. 남의 이론에 대한 적대적 거부는 바람직한 측면까지 한꺼번에 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우씨는 우리 문학이론·평단의 행태를 비판한다.
○…한편 잘못된 문학이론행태의 본보기로 질타 당한 정정호씨등 『현대비평과 이론』편집위원들은 『우리들이 소개하고 쓰는 문학이론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수사학적이며 감정적인 장치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우씨가 깨닫게 했다』며 『앞으로 이론가들은 창작에 대한 기득의 특권의식에서 벗어나 냉철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엄정한 사유와 논리의 발판 위에서 글을 써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론가들은 최고의 허구를 쓰는 작가들」이라는 식으로 문학이론·평단을 몰아치며 문단 지도적 위치의 권위에 도전한 우씨의 논문은 앞으로 적잖은 반향을 일으킬 것같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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