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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치통합 條文작업 'Mr.유럽' 탄생 눈앞에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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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10면

미국의 닉슨·포드 행정부에서 대외정책을 쥐락펴락했던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은 서유럽과의 정책조율에 애를 먹었다. 각국의 이해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키신저는 불만을 터뜨렸다. “유럽에서 Mr.미국과 통화하려면 대통령 번호로 다이얼을 돌리면 된다. 유럽에는 하나의 전화가 있는가.” Mr.유럽이 없어서 외교하기가 어렵다는 토로였다.

미 국무장관의 고충은 앞으로 크게 줄 것 같다. 유럽연합(EU) 대통령 탄생이 가시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EU는 지난 6월 정상회담에서 다시 정치통합의 시동을 걸었다. 2005년 좌절된 EU 헌법조약을 대체하는 개혁조약 제정에 합의했다. 사실상의 유럽 연방국가를 지향하는 EU 헌법안은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면서 물거품이 됐고, 유럽 통합은 구심력을 잃었다. 개혁조약은 헌법안의 연방국가 색채를 완화해 각국의 비준을 수월케 하기 위한 고육지계. 그러나 하나의 유럽으로 가는 새 이정표다. 그중에서도 EU 대통령과 외교·안보정책 상급대표(외교장관 격) 신설 합의는 상징적이다. 하나의 대외정책을 꾀하려는 시도다. EU 대통령은 임기 2년 반 동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유럽이사회를 주재한다. 현재 회원국이 6개월마다 돌아가며 의장국을 맡는 것을 대체한다. 초대 대통령에는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유력하게 거명되고 있다고 한다. 외교·안보정책 상급대표의 권한은 막강하다. 현재의 EU 외교정책 대표와 대외관계 집행위원 직을 통합하고, EU의 대외 원조를 통제한다.

EU가 23일 정부 간 회의(IGC)를 열고 개혁조약의 조문 작성에 들어간다. EU는 10월에 조약문을 완성·조인할 계획이다. 비준은 내년, 발효는 2009년을 목표로 삼고 있다. 경제가 축인 EU가 정치적 발언권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유럽 시대의 부활’이니 ‘브뤼셀(EU본부) 컨센서스’니 하는 얘기가 나온다. 유럽 국가와의 양자관계를 넘어 브뤼셀과도 본격적인 협력 체제를 갖춰야 할 때다. 이것은 동아시아 통합 주도를 위한 학습의 기회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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