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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화물 '시베리아 철도'로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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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과 러시아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활용한 물류 수송 확대방안에 합의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0일 보도했다. 거대 소비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러시아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물류비용을 크게 줄이기 위해 시베리아 철도를 선점한 것이다.

배를 이용한 현행 도쿄~수에즈 운하~상트페트르부르크 노선은 30~40일가량이 소요된다. 하지만 시베리아 철도를 이용하면 일본에서 러시아 서부까지 25일가량으로 대폭 줄 전망이다.

시베리아 철도를 이용한 물류망 구축은 일본의 미쓰이(三井)물산이 러시아 정부가 지분 전체를 보유한 러시아 철도의 일본 대리점이 되는 제휴 형태를 취했다. 두 회사 간 정식 계약은 다음달 이뤄질 전망이다. 일본의 종합상사가 해외의 철도회사와 대규모 수송망을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쓰이물산은 일본 기업이 러시아 현지 공장에 보낼 부품이나 완성품을 일단 배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수송한 다음 시베리아 철도를 거쳐 러시아 서부나 동유럽까지 보내게 된다. 또 앞으로 중국의 거점에서 생산된 부품을 러시아 서부로 보내는 물류 시스템 구축을 염두에 두고 상하이 발(發) 시베리아 열차 이용도 추진할 방침이다.

시베리아 열차로는 러시아 철도가 보유한 화물 전용 열차인 '블록 트레인'을 이용할 계획이다. 시베리아 열차를 이용하게 되면 배편보다 비용은 더 들겠지만 대량 수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체 수송료에서는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베리아 철도를 이용한 물류망 구축은 현지에 진출한 일본 기업에 있어선 숙원처럼 여겨져 왔다. 일 기업들은 모스크바 등 러시아 서부 지역과 동유럽권 국가들이 향후 거대한 소비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최근 진출을 서둘러 왔다.

도요타자동차가 러시아 서부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며 닛산(日産).스즈키.미쓰비시(三菱)자동차 등 자동차 업체들이 속속 진출하거나 진출 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이 밖에 샤프가 최신 대형 액정TV를 러시아 시장에 투입한 것을 비롯, 마쓰시타(松下)전기.아사히초자 등 일본의 주요 가전 및 부품업체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배경으로 러시아가 가파른 경제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러시아에 진출한 일본 기업 수는 현재 160곳에 달한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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