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소식을 들은 제창희(38)씨의 어머니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성남시 정자동 샘물교회로 들어서고 있다. 피랍자들은 모두 샘물교회 소속 신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사진=김성룡 기자]
일부 교인은 침통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떠났고 다른 교회 관계자들은 상황 파악을 위해 곳곳에 전화통화를 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 교회 관계자는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열심히 기도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교회 측은 "21일 오전 5시30분에 신자들이 모여 생환을 비는 기도회를 열겠다"고 전했다.
이날 샘물교회에는 피랍소식이 알려지면서 가족과 신도들이 속속 모여들였다.
가족들은 "해외 봉사활동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별로 걱정하지 않았었다"며 피랍 사실이 도통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제창희(38)씨의 어머니는 "지금 심정을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제발 무사히 돌아오길 바랄 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매가 함께 봉사활동을 떠났다가 납치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한 경우도 있었다. 남매 사이인 서명화(29.여).경석(27)씨의 아버지 서모(57.전북 익산)씨는 전화통화에서 "뭐라 말할 수 없이 참담한 심정"이라며 "남매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에서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씨는 "지난해 아프리카 우간다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명화가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돌아왔다'면서 이번에는 동생과 함께 떠났다"며 "이런 일이 생길 줄 정말 몰랐다"고 울먹거렸다.
서씨는 "출국 열흘 전쯤 명화가 사위와 함께 집으로 와 하룻밤 자고 가며 우리 부부를 안심시켰다"고 덧붙였다.
교회로 나온 명화씨의 남편 이모(전도사)씨는 "지금으로서는 어떤 상황인지 알 수도 없어 뭐라 할 말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청년회 신도인 이영경(22.여.대학 4년)씨의 아버지 이창진(51)씨는 "어학연수 보내주겠다는 것도 마다하고 봉사하러 간다고 좋아하던 딸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TV 화면에서 딸의 이름을 확인하고도 믿어지지 않는 듯 "출국 날 두려운 기색 하나 없이 '잘하고 올 테니 걱정 말라'며 인사하고 떠났다"며 "말도 안 돼"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날 샘물교회 측은 아프가니스탄 봉사활동에 참여한 신도 20명의 한글.영문 이름과 생년월일, 여권번호가 적힌 A4 용지를 언론에 배포했다. 그러나 연락처는 공개하지 않았다. 교회 벽 게시판에는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해 캄보디아.터키.우즈베키스탄 등 올해 단기 봉사활동 대상 10개 국가의 지도가 걸려 있었다. 그동안 활발한 해외 봉사 활동을 한 흔적들이었다.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