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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국민 박수 못 받은 채 첫 삽 뜬 '준 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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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가 20일 첫 삽을 떴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공약을 내건 지 5년 만에 되돌아오기 어려운 다리를 건넜다. 충남 연기군.공주시 일대 297㎢에 들어서는 세종시에는 49개 중앙부처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순차적으로 이전한다. 청와대.국회 등 서울에 잔류하는 일부 헌법기관을 빼면 사실상의 천도(遷都)나 다름없다.

노 대통령은 기공식이 끝난 뒤 정부 기관 이전 문제를 다시 꺼냈다. 노 대통령은 "행정수도가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축소돼 청와대와 정부, 정부의 일부 부처가 공간적으로 분리된 것은 매우 불합리한 결과"라며 "청와대와 국회까지 행복도시(세종시)로 이전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또 국정브리핑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 세종시의 건설적인 논의가 다시 시작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또다시 헌법을 무시하고 논란을 부추기기 위한 정략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현 정부는 세종시를 국토 균형발전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국토 균형발전의 한 획을 긋는 사업"이라며 "독특한 환상형(이중고리형)에다 녹지 비율 50% 이상으로 세계문화유산에 올려놔도 손색이 없는 자족도시"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전국적인 환호성은 듣기 어렵다. 환영 열기는 충남 연기군의 기공식 현장에 국한됐다. 기공식에는 범여권 대선 예비 후보들이 대부분 참석한 반면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은 불참했다. 준(準)천도의 역사적인 기공식이 온 국민의 박수를 못 받은 '절반의 잔치'로 끝나는 모양새다.

세종시에 대한 외면은 지난 대선 때 충청표를 노려 급조된 정치적 작품이란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다 '부동산 폭등의 진원지'라는 이미지까지 덧칠됐다. 현 정부가 세종시를 시발점으로 혁신도시.기업도시 등을 밀어붙이면서 전국에서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부는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세종시 주변에도 이미 3조7800억원의 토지 보상비가 풀렸다.

노 대통령은 "(세종시는)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계획하고 입안했던 것을 이제 와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라며 "적어도 행정도시에 관한 한 박정희 정부의 업적을 제가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는 묘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연말 대선 후보들은 각론에서 세종시에 대한 입장이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차기 정부가 행정복합도시 사업을 근본적으로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충청인들의 개발 기대감이 여전히 높고, 이미 토지 보상도 끝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종시는 수도 이전이 아니라 행정수도를 분할하는 기형적인 모습으로 출발했다. 행정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돼 있다. 세종시 건설을 차기 정부에 넘겨 국민 여론을 다시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선거를 의식해 집행을 미룬다면 국가 사업이 제대로 될 수 있겠느냐"며 반대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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