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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해진 '탱크 샷' 출발이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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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경주가 비바람이 부는 2번 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날카로운 눈매로 악명 높은 카누스티 골프장에서 첫 우승을 노려보고 있다. [카누스티 AP=연합뉴스]

첫 메이저대회 고지를 향해 한국 탱크가 달린다.

최경주가 19일 오후(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카누스티의 카누스티 골프장에서 벌어진 디 오픈(브리티시오픈.파 71.7412야드) 1라운드를 2언더파 69타로 마쳤다. 자정 현재 최경주는 4언더파를 친 폴 맥긴리(아일랜드)에 2타 차 공동 6위다.

악마의 링크스로 불리는 카누스티는 제136회 디 오픈 참가 선수들을 차가운 비바람으로 맞았다. 일부 선수는 털모자를 쓰고 나왔고 타이거 우즈(미국)는 두터운 장갑을 끼고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최경주(나이키골프)는 음산한 스코틀랜드의 아침 한기를 거침없이 뚫고 갔다.

첫 홀을 버디로 시작했고 3번과 4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고 선두로 나섰다. 어렵다는 6번 홀(파 5.578야드)에서도 세컨드 샷을 그린 근처에 붙여 간단히 버디를 추가했다. 6개 홀에서 4언더파의 쾌속 질주였다. 최경주는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날씨가 좋아지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7번 홀에서 첫 보기를 했고 13번 홀 버디를 15번 홀 보기와 맞바꿨다. 악마의 발톱으로 불리는 마지막 3개 홀을 잘 넘기는 듯했으나 18번 홀에서 1.2m 파퍼트를 놓쳐 보기를 한 것이 아쉬웠다. 버디 5개, 보기 3개.

악명 높은 카누스티의 난이도를 감안할 때 2언더파는 우승을 바라보기에 충분한 스코어다. 최경주는 드라이브샷이 281야드 정도로 길지 않았지만 페어웨이 안착률 80%, 그린 적중률 72%로 샷 메이킹에서 메이저 대회 참가 선수 중 톱 클래스임을 보여줬다. 그린에선 1퍼트가 7개 나왔고 총 퍼트 수는 29개였다.

최경주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아시아인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일 뿐 아니라 최근 출전한 4개 대회에서 3승을 거두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는 것이다. 명실상부하게 타이거 우즈급이 되는 것이다.

최경주는 11일 전 타이거 우즈가 주최한 AT&T 내셔널에서 우승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1999년 카누스티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무난히 컷을 통과하는 등 이 코스에 자신감도 있다. 그의 캐디 앤디 프로저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디 오픈에서 세 차례 우승한 닉 팔도의 전성기를 함께한 베테랑이다. 링크스 코스의 공략법을 잘 안다.

최경주는 2004년 디 오픈에서도 첫날 68타, 둘째 날 69타를 치고 상위권에 올랐다가 결국 16위를 했다. 최경주는 이에 대해 "당시보다 드라이브샷이 좋아졌고 여러 가지 페이드샷을 잘해야 하는 링크스 코스는 나에게 딱 맞는다"며 "차분하게 경기를 한다면 주말에 좋은 소식이 있을지 누가 알겠느냐"고 말했다.

3연속 우승을 노리는 호랑이 우즈도 탱크와 함께 달렸다. 이글 1, 버디 3, 보기 3개로 2언더파로 경기를 끝냈다. 그는 "경기 초반 날씨가 추워 힘들었지만 따뜻해지면서 샷이 좋아졌다"면서 "어려운 16~18번 홀에서 1언더파를 쳤는데 매우 마음에 든다"고 흡족해 했다. 그는 16번 홀에서 10m가 넘는 버디 퍼트를 성공했다.

한편 올해 이 지역엔 햇볕이 별로 나지 않을 정도로 날이 궂어 악명 높은 카누스티의 러프가 자라지 못했다. 마지막 브리티시오픈을 개최했던 99년, 허리까지 올라오던 러프가 발목이나 무릎 정도 높이밖에 되지 않는다. 잦은 비로 그린도 물러져 공을 세우기 쉬워졌다는 평가다. 예상보다 스코어가 좋다.

대회 기간 내내 비가 올 것으로 예보됐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클럽은 우산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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