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중견기업 될 만한 벤처 싹 안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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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보안 소프트웨어(SW) 업체인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사진) 이사회 의장은 19일 “5년, 10년 후에 중견기업으로 클 수 있는 벤처기업의 싹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 스쿨에서 ‘최고경영자 과정(EMBA·2년)’을 밟고 있는 그는 안연구소 이사회 참석차 귀국해 이날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는 최근 제기된 ‘우리나라 경제의 샌드위치론’ 등과 관련해 “2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IT산업의 속성”이라며 “이런 것이 기회도 되지만 사업을 하는 기업에겐 위험도 될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안 의장은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의 시각에서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하는데 중소 벤처기업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 벤처기업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이유 세 가지를 꼽았다. 먼저 ^벤처기업을 하려는 사람들의 지식과 자질이 부족하고^벤처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체제가 잘 갖춰지지 않았으며^대기업이나 공공기관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안 의장은 또 벤처 기업의 원동력인 기업가 정신 자체가 많이 위축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도전하면서 겪어야 하는 위험보다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면 창업을 하지 않게 된다”며 “벤처 기업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실리콘 밸리의 예를 들었다. 실리콘 밸리에는 창업자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인재들이 많아 실패확률을 줄인다는 것이다.

안 의장은 또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이 사회의 자산으로 쌓여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이 대기업 임원이 되거나 대학강단에 설 수 있으면 그들의 경험이 사회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대기업에 대한 쓴소리도 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납품가격을 낮추려고 하지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생의 전략을 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의장은 “중소기업이 잘 돼야 일자리도 늘어나고, 여기에 취업한 사람이 구매력 있는 소비자가 되면 결국 대기업에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 과정을 마치는 안 의장은 “국내에 돌아오면 벤처업계에서 ‘최고학습책임자(CLO, Chief Learning Officer)’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창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눠주고 대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심어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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