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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등소평 후계구도/「강­이체제」 개편으로 본 중국앞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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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도부 개혁­보수­중도세 고루 포진/정치기반 약해 등 사후 큰혼란 예상
덩샤오핑(등소평) 후계체제로 장쩌민(강택민)­리펑(이붕)체제가 마침내 공식 출범했다.
중국의회격인 제8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차회의는 주말인 27∼28일 예상대로 강택민총서기겸 중앙군사위주석을 신임 국가주석으로 선출함으로써 당·국가·군의 최고총수로서 등장시켰다.
『당은 지휘하고,정부는 실행에 옮기며,전인대는 통과시키고,정협은 박수를 친다(당휘수,정부동수,인대권수,정협박수)』는 중국 국가기구의 기본성격이 달라진 것이 없는 것도 물론이다.
포스트 등소평의 포석으로 보아야할 강­이체제는 ▲집단지도체제 ▲권력의 집중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잠정정권」이라는 시한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앞세워 중국을 이끌어온 등소평의 공백을 메울만한 후계자가 없는 현실에서 이번 지도부 개편은 강택민을 정점으로 보수 중도·개혁파의 안배에 의한 집단지도성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강택민과 라이벌 관계로서 보수세력에 기반을 둔 이붕총리,이붕에 대립적인 주룽지(주용기)제1부총리,중간파인 차오스(교석) 전인대상무위원장,류화칭(유화청) 당군사위 부주석 등의 포진은 외형상 강택민으로의 권력집중이 분명하지만 내부적으론 상호견제와 균형이 세심하게 배려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번 전인대는 당의 권력장악이 유례없이 강화됐다.
89년 6·4 천안문사태의 교훈을 잊지않는 중국지도부는 개혁·개방의 진행과정에서 체제도전의 위험요소가 항상 잠재해 있다는 인식아래 경제가 개방될수록 정치권력의 장악을 강화하겠다는 대응 방식을 철저히 고수한 셈이다.
중국 학계에서 신권위주의 등장으로 규정하는 이같은 현상을 등소평이 일찍 자오쯔양(조자양)에게 부여하려 했던 것이었으나 급진적 개혁에 대한 반동으로 후야오방(호요방)·조자양 희생을 거쳐 이제야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개혁파 기수 주용기부총리가 이붕총리를 밀어내지 못한 것은 문화혁명이전 우파경력을 가진 주가 당에 대한 충성도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는 일설도 있지만 착실한 기초다지기를 통해 차기 최고지도자로 등장시키려는 등소평의 신중한 배려로 풀이하는 시각도 많다.
그러나 권력집중과 집단지도체제로 특징지어지는 강택민체제를 잠정적 과도권력으로 보는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강택민·이붕이 자수성가형의 정치지도자가 아니고 개혁·개방의 적극적인 주창파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들은 추종세력이 별로 없는 정치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개혁·개방의 가속화에 따른 사회 각 분야의 부작용도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는 등소평 부재에 따른 충격이 발생할 경우 과연 강­이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비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10여년의 개혁·개방작업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 중국의 계획경제 및 군사조직을 토대로 하는 종래의 골격 70% 가량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나머지 30%에 상당하는 개혁된 부문은 정부기능이 사실상 마비될만큼 논란을 빚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강­이체제는 조만간 등소평이 없는 상황아래 정치적 안정과 개혁작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알력을 빚고있는 미국관계,홍콩반환,GATT가입,올림픽유치,북한의 핵무기제거 등 갖가지 도전을 맞으며 그 능력을 평가받게 될 것이다.<북경=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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