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에 이용된 상지대/김문기의원 이렇게 운영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교수에 봉급포기·충성맹세 강요/학술지 정기구독 단 한권도 없고/헌책 무게로 사들여 도서관 꾸며/학과마다 유급조교도 “전무”
민자당 의원 재산공개이후 전국적인 땅투기·그린벨트 훼손 등 갖가지 물의를 빚고 있는 김문기의원의 재산형성 과정과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상지대 운영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파고다가구점(서울 인사동)과 강원상호신용금고(춘천) 등 소유업체가 2개에 불과한 그가 74년 상지대를 인수하면서 급격히 「땅 모으기」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간의 상지대 운영실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사 취재팀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 20년간 상지대를 가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색하게 운영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 의원은 74년 상지대 전신인 원주대학을 인수할 당시 소속 교수 전원을 일단 해직시켰으며 이어 봉급포기각서와 백지 사직서를 제출토록 강요했다. 이같은 전횡적 조치로 대부분의 교수들은 학교측이 일방적으로 정해주는 호봉에 따라 봉급이 새로 정해졌으며 특히 남모·김모·조모 교수 등은 이 당시 경력을 무시당한채 15호봉 이상을 손해봐야 했다.
87년부터는 신임교수들에게 35만원을 정액지급하는 등 아예 호봉제를 폐지했으며 89년부터는 봉급포기각서와 함께(이사장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서약서를 쓰게하고 날짜를 명시하지 않은 사직서를 작성,변호사의 공증을 받아 제출토록 강요하기도 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김 의원이 상당액의 「인건비 절감」 효과를 거두었으리라고 교수들은 주장하고 있다.
또 사립학교법에 따라 각 학과에 유급조교 1명씩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상지대의 경우 개교이후 단 한번도 이 법을 지켜본 적이 없다. 올 3월에 들어서야 5명 정도의 조교를 두는 것을 「거론」하기 시작한 단계.
건축비 절감에도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하다. 강의실을 건축하면서 설계비를 아끼려 설계도 한장만으로 6개동의 건물을 짓는 바람에 강의실 건물들이 한 아파트단지처럼 안팎의 구조가 똑같아졌는가 하면 학교시설 전체가 완공된지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주변도로는 거의 포장되지 않은 상태다.
도서구입과 관련해서도 김 의원의 절약정신(?)은 확연하게 드러난다. 학술정기간행물이 단 1종도 정기구독되는 것이 없다. 교수들이 사비를 털어 개인구독을 하고 있는 실정인데,더욱 놀라운 것은 『도서관에 비치할 책들중에는 서울 청계천 등지에서 헌책을 무게로 달아 사들여오는 경우까지 있다』는 교수들의 믿기 어려운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이처럼 애지중지(?) 모은 돈으로 전국 72곳을 무대로 땅투기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단 사들인 땅을 결코 남에게 팔지 않았던데서 보듯 땅에 대한 그의 애착은 유별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구점 경영으로 재미를 보던 70년대 초반부터 지난 89년까지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꾸준히 땅을 사모았으며,심지어 친척 명의로 불법매입한 원주시·군 일대 2천5백여평의 땅 전부를 다시 자신의 명의로 근저당설정 하는 등 땅에 관한한 남다른 집착을 보여왔다.<원주=권태동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