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특명검열단 매운 「사정칼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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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5·6공선 기무사 등에 밀려 제역할 못해/총장경질후 「군심」 추스르기/기득권층 제압… 군장악 포석
23일 국방부 특명검열단(단장 장병용중장·육사 18기)이 군내 각종 부조리 척결을 위한 감사활동에 들어감으로써 문민정부의 군에 대한 본격적인 사정활동의 배경과 의미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검단은 3공시절인 지난 69년 2월29일 당시 박정희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군특명검열단 설치령이 공포되면서부터 국방부장관 직속 사정기관으로 발족됐다.
특검단 창설의 직접적인 계기는 68년 1·21사태와 울진·삼척 무장공비사건 등으로 북한의 비정규전에 대비,우리측 전투태세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특검단은 그러나 5공,6공기간중에는 기무사·청와대 사정팀 등의 위세에 밀려 군 최고사정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바람에 장군들의 보직관리용 자리 구실밖에 하지 못했던 것이 솔직한 현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군에 대한 개혁작업의 일환으로 광범한 사정작업을 벌이면서 종래의 기무사나 합조단 대신 사정작업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특히 지난번 육참총장·기무사령관의 전격적인 경질과 관련,군내에는 기존의 세력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있어온 것이 사실이고 또 권영해국방장관의 재산공개를 전후해 여러가지 말들이 흘러나오기도 했었다. 이에 따라 군내에는 적잖은 동요가 있었으며 군의 이런 동향에 대해 불안한 감정을 갖는 측도 없지 않았다.
또 이로 인해 군의 기강문제가 새롭게 제기됐으며 문민정부로서는 이를 조속히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전반적인 정부의 개혁활동에 발맞춰 군내부의 기득권세력 중심의 군부조리를 과감히 잘라내고 이를 통해 군을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의도도 없지 않은 것이다.
오랜만에 제 위상을 되찾은 특검단은 병무부조리·구타 및 가혹행위·각종 사업관련 비리 등 3대 당면과제외에도 문민시대 군의 해이된 기강을 바로 잡고 전환기에 예상되는 군심의 동요를 예방하기 위한 조사활동을 벌이겠다고 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특히 이번 감사의 주안점이 병무부조리 발본색원에 있는만큼 장병 신체검사 단계에서부터 최종 입영단계에 이르는 전과정을 입체적으로 추적·조사할 방침도 세워놓고 있다.
또 구타·가혹행위의 경우 물리적인 폭력이 아닌 정신적인 고통을 주는 식으로 그 양상이 달라짐에 따라 구타근절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 개발에도 적극 주력할 방침이다.
특검단은 이번 1차 감사가 끝나는 다음달말께 중간보고형식의 감사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특검단은 또 특검단의 명칭이 위압감과 거부감을 주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가칭 「평가검열단」으로의 명칭변경도 신중히 검토하는 등 군의 문민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 추진할 방침이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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