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제 책만 읽고 다 저를 착한 사람으로 보죠. 정말 부담스러워요.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혔다는 생각도 솔직히 들고요. 그래서 제 잘못을 털어놔야겠다고 용기를 냈어요.”
그는 “치부를 다 드러내면 독자들에게 버림받을 수도 있겠다”는 위험을 감수했다. “짧은 치마를 입고 가는 여성에게 자꾸만 눈이 가는 거예요. 스스로에게 ‘니가 그러고도 딸 키우는 아빠냐’며 자책해보지만 자꾸만 또 그러고….”
군부독재 시절 대학을 다닌 그는 총학생회의 ‘시험 거부 투쟁’을 따를 수 없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독재정권보다 장학금이 아팠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열 명도 채 오지 않은 학생들 틈에 앉아 그는 ‘쪽팔리게’ 시험을 봤단다. “시험 보는 내내 얼굴이 홧홧거렸다”는 그는 “비겁했던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내 가슴에 쨍쨍하게 살아있다”고 털어놨다.
‘허위 학력’의 굴레에서도 그는 자유롭지 않다. 입시학원 강사 시절. 그는 출신 대학을 말할 용기가 없었다. “유명 입시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대학이 아니어서”였다. 아이들이 물어볼 땐 “선생님 고졸이야”라고 농담으로 둘러대는 게 덜 창피했다. 그런데 소문이 ‘서울대 출신’이라고 났다. 어느날 그와 상담을 마친 한 여학생이 “저도 열심히 공부해서 선생님처럼 서울대 들어갈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는 망설였지만 “선생님 서울대 나오지 않았어”라고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럼, 할 수 있지”라며 ‘아니라고 말하지 못한 거짓말’을 했다.
그의 반성거리를 듣자니 저절로 내 삶이 돌아봐졌다. 저자의 의도도 독자들의 이런 ‘반성 릴레이’가 아닐까. 그런데 그는 손사래를 친다.
“‘우리 반성합시다’란 뜻으로 책을 쓴 건 아니에요. 반성은 나 하나로 족하죠. 다만, 내가 빠졌던 인생의 함정에 다른 사람들은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