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보다 짜릿한 건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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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시골 마을 나이메겐에 수만 명에 이르는 전 세계 걷기 애호가가 집결했다. 아직 어둑어둑한 오전 4시30분, 출발선이 열리자 우선 7000여 명의 선수가 함성과 함께 출발했다. 올해로 91회째를 맞은 나이메겐 세계 걷기 대회 나흘 일정 가운데 첫날은 이렇게 시작됐다. 전 세계 63개국에서 4만2700여 명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의 국제 걷기 대회다.

4시30분에 출발한 무리는 50㎞ 코스 참가자들이다. 둘째 코스인 40㎞는 참가자가 거의 2만 명에 육박하기 때문에 오전 6시와 7시, 두 그룹으로 나눠 출발했다. 안전을 생각한 조치였다. 마지막으로 30㎞ 참가자 7000여 명이 7시30분~8시 출발했다.

대회가 열리는 동안 시내 곳곳에 네덜란드.미국.영국.일본 국기가 휘날리는 가운데 울긋불긋한 복장의 참가자들이 줄 이어 지나가면서 장관을 연출했다. 자기 나라 전통의상을 입거나 해적부터 만화 캐릭터까지 온갖 개성 있는 분장을 하고 퍼포먼스를 하듯 걷기를 하는 참가자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네덜란드의 나이메겐에서 17일 국제걷기대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시골길을 지나고 있다. 나흘 일정의 이 행사는 올해 참가자가 4만2700명에 이른다.[나이메겐(네덜란드)=김형수 기자]

낮 12시가 넘자 참가자들이 하나 둘 골인 지점으로 들어왔다. 골인 지점에선 대회 자원 봉사자들이 손뼉을 치며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40㎞ 코스를 완주한 네덜란드인 오토 야루헨(32)은 "나흘의 대회기간 동안 매일 코스를 완주하고 나면 무엇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성취감을 느낀다"며 "나폴레옹이 세계를 정복할 때도 이보다 더 짜릿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아들과 함께 대회에 나온 선상규씨는 "세계 최대의 나이메겐 대회 완주는 모든 걷기 매니어들의 꿈"이라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큰 대회가 생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이메겐(네덜란드)=전진배 특파원<allonsy@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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