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 회장(左)이 경기도 광주 인재개발원에서 임직원들의 혁신 사례 발표를 듣고 있다.
김 회장은 강평에서 “높은 성과를 올리는 데는 미 GE 같은 선진 기업의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해 그룹 내에 전파하고, 그룹 내의 경영 우수 사례를 계열사 간에 확산시키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 제품과 사업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해 나가자”는 당부도 곁들였다.
동부 관계자는 “김 회장 발언의 방점이 ‘성과’와 ‘GE’에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년 간 삼성식 시스템 경영 갖추기에 주력해 온 김 회장의 관심이 GE식 성과주의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넘긴 김 회장은 2001년부터 매년 삼성 출신 임원들을 대거 영입하는 방법을 통해 ‘삼성 따라잡기’에 나섰다. ‘시스템 경영의 전도사’라는 이명환 전 삼성SDS 대표를 ㈜동부의 부회장으로 영입한 게 대표적 사례. 그러나 김 회장은 최근 이런 경영 혁신 인프라가 현장의 구체적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제 2의 경영혁신’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지난해 말 이 부회장을 고문으로 내보내고, 최근에는 현장 실무형 인재를 앞세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동부는 최근 최고 인재·앞선 제도·고객 중심·기술 중시·글로벌화 5대 혁신 과제를 정했다. 또 제조·서비스·금융 3대 사업분야 별로 최고 혁신책임자인 CIO(Chief Innovation Officer)를 두는 등 현장 중심의 경영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부의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삼성식 시스템을 접목시키는 과정에서 기존 조직과 불협화음을 빚거나 상명하달식의 경직된 사내 문화가 생기는 등 각종 부작용이 고려됐다는 게 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이현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