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통일 보는게 마지막 소원|6일 사면된 미전향 장기수 이종환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41년 6개윌 수형…아산요양소서 생활 문민정부가 이산가족 한 풀어 줬으면…
이념의 너울 때문에 미전향 좌익수로 41년6개월 동안 감옥생활을 한끝에 지난 6일 사면돼 충남모산군선장면신동리에 있는 무료수용소 아산요양원에서 살고있는 이종환씨 (71).
이씨는 『첫째도 통일. 둘째도 통일. 셋째도 통일』이라며 특히 정부가 이인모씨(76)의 북한송환을 결정했다는 소식에는 눈을 감은 채 북의 가족을 그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시설원장 오형만씨(37)는 『이곳에 온 이씨는 7일 동안 목욕을 하기 위해 한번 외출한 후 거의 말도 없이 방에서 동의학백과· 한국분단보고서· 한국역사· 국화재배와 관상 등 책만 읽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내가 걸어온 길은 옳다. 전향을 하면 조국통일을 포기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전향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부모·처자· 형제· 자매 등 일가친척이 한 땅덩어리 속에서 서로 헤어져 살아야 하는 이산가족의 슬픔을 정부가 하루 빨리 조국통일로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87년부터 세상이 변하고 있어 머지않아 통일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이제 문민정부가 들어서 통일을 향한 문턱을 넘어서려는 순간이므로 앞으로 고통이 따르더라도 정부는 조국통일에 앞장 서 줄 것을 호소했다.
이씨는 현재 북쪽에 있는 가족· 친척 등의 소식이 완전히 끊긴 상태다.
경기도 부평출신인 이씨는 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공장에서 배선공으로 일하다 해방 후 남로당에 입당, 미군정시 체포령이 내려지자 월북했다.
한국전쟁당시 경기도당 소속으로 강동정치학원에서 교육을 받고 1년 남하 중 분계선에서 체포 돼 군사재판에서 그 해 10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후 미전향수로 남아 최근까지 복역해왔다. 【아산=박상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