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일의 INSIDE PITCH PLUS <18>] 올스타전 斷想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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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 16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있는지 모르지만 여름날 저녁, 별은 유난히 빛난다. 그래서 별 헤는 밤의 기억은 대부분 여름방학과 맞물려 있다. 그 까만 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을 보며 “하나, 두울…”을 세던 추억의 여름은 방학이 끝난 뒤 다시 만난 친구들에게 훌륭한 자랑거리가 되곤 했다.

프로야구에서도 별은 여름밤에 유난히 빛난다. 스타플레이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올스타전이 해마다 한여름 밤에 열린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1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그 화려한 축제를 치렀다. 한국 프로야구도 17일 부산에서 그 ‘별들의 잔치’를 벌인다. 그러나 다른 점도 있다. 개최지 결정과 준비 과정이다.

2005년 2월 9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07년 올스타전 개최지를 샌프란시스코로 결정했다. 약 2년5개월 전이다. 그때부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대표하는 전설의 영웅 윌리 메이스를 주제로 한 올스타전이 기획됐다. 메이스는 자이언츠 소속 최고 스타 배리 본즈(그는 이제 행크 애런의 홈런기록에 4개 차로 다가섰다)와 함께 올스타전의 훌륭한 호스트가 됐다. 그들은 꾸준히 분위기를 띄웠고, 준비한 만큼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진한 감동과 추억을 안겨줬다.

한국 프로야구 올스타전 개최지가 부산으로 결정된 건 지난 6월 11일이다. 이제 한 달이 겨우 지났다. 올스타전은 내일 모레(진짜 정확히)다. 그렇다면 부산이 올스타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35일 정도다. 프로야구 최대의 이벤트를 충실히 준비하기에는 촉박한 시간이다.

이렇게까지 개최지 선정이 늦어진 건 올해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동대문구장에서 열려야 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안다. 대한민국 야구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성동원두’ 동대문구장은 올해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그래서 2007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떠나는 동대문구장’의 품에 안겨주자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왔다고 한다.

여름밤에 별을 헤는 기분으로 머릿속을 비우고 그려보면 꽤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진다.

1982년 3월 27일. 25년 전 이 땅에 프로야구가 태어나던 날이다. 그때도 동대문구장이었다. 그날 입장식이 생각난다. 그때까지 상식으로 통했던 입장식(나란히 줄을 맞추고, 행진을 하고…)과는 달리,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외야 펜스 여기저기서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던 선수들. 그들 모두가 야구의 별이었고, 팬들은 그 유성처럼 쏟아지는 별을 보며 가슴이 설레었다. 그리고 그 ‘뛰는 가슴’의 힘으로 프로야구는 25년을 발전해 왔다. ‘동대문 올스타전’이 열렸다면 그 추억을 재현할 수 있었다.

부산 올스타전에 재를 뿌리자는 건 결코 아니다. 부산은 최고의 야구도시이며 그 팬 또한 최고의 팬이다. 올스타전을 개최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 그러나 아쉽다. 추억의 동대문구장이 마지막 가는 길에, 올스타전이라는 더 진한 추억을 안겨주지 못한 게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것 같다.

PS: 근데 왜 부산일까. 누구는 프로야구 수장과 대한민국 수장. 고등학교 동문인 두 분의 고향이 그쪽이라서~라는 ‘고향이 남쪽이랬지 설’을 주장한다. 그 말을 믿고 싶지는 않다.

네이버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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