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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태양전지’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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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등산이나 야외 나들이를 할 때 태양전지를 둘둘 말아 다니다가 휴대전화 전지가 다 닳으면 태양빛으로 충전할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전망이다.

휘거나 말 수 있고, 발전 효율이 높은 플라스틱 태양전지가 국내 과학자에 의해 개발됐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태양전지의 실용화가 빨라질 전망이다.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 이광희 교수(사진)팀은 새로운 개념의 두겹 플라스틱 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사이언스 13일자에 발표됐다. 사이언스지는 이 교수팀의 태양전지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그동안 태양전지의 낮은 효율과 복잡한 제작 공정 등 실용화의 최대 걸림돌을 해결했다고 평가했다. 연구는 2000년 노벨 수상자인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 캠퍼스 알란 히거 교수와 공동으로 했다.

◆발전 효율 6.5%=현재 시중에서 판매 되고 있는 태양전지는 반도체인 실리콘으로 만든 것이다. 효율은 13% 이상으로 아주 높다. 그러나 복잡하고 비싼 반도체 공정을 거쳐야 만들 수 있는 등 생산원가가 아주 비싼 게 흠이다. 이 교수팀이 만든 플라스틱은 전기가 통하는 특수 플라스틱으로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20분의 1 이하의 비용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보통 태양전지는 발전 효율이 6% 이상이면 상용화할 수 있다. 기존 플라스틱 태양전지는 발전 효율이 1~2%에 불과했다.

발전 효율이 6.5%로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절반 이하이긴 하지만 생산 공정이 단순하고, 재료 역시 싸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플라스틱 태양전지 중 가장 효율이 좋고 생산 공정이 단순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발전 효율은 태양빛을 전기로 변환하는 비율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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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가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휘거나 접을 수 있다. 휘거나 접어서 다니다가 필요할 때 햇빛에 내놓고 휴대전화나 시계 등을 충전할 수 있다.

전기 생산단가는 W 당 화석연료는 1달러,실리콘 태양전지는 2달러, 염료 유기물 플라스틱은 0.4달러, 이 교수 것은 0.1달러다.

◆인공 광합성 이용=식물의 광합성은 햇빛을 받아 물과 이산화탄소로 에너지를 만든다. 플라스틱 태양전지는 이 원리를 이용했다.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고분자와 탄소의 일종인 플러린(C60)을 섞은 태양전지 원료가 식물의 광합성 비슷한 과정을 하도록 했다.

◆겹층 구조=지금까지 나와 있는 태양전지는 실리콘이든 플라스틱이든 한 층 구조였다. 이런 구조는 태양빛의 일부만 받아들이는 단점이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가 만든 구조는 겹층이다. 이는 마치 전지 두 개를 붙여 놓은 것과 비슷하게 태양전지의 출력 전압을 두 배로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두 겹의 태양전지 중 겉의 한 겹은 가시광선을, 속에 있는 한 겹은 적외선 영역의 태양빛을 주로 받아들인다. 이런 아이디어는 그동안 나온 적이 없다.

제작 공정의 경우 기존 공정과 달리 아주 간단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용액 상태인 원료를 원심력으로 분리해 박막 코팅을 하면 되기 때문에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나 다른 유기물 태양전지에 비해 싸고, 간단한 생산 장비만 있으면 된다. 진공이나 높은 온도가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보온 코트 등 응용분야 넓어=플라스틱 태양전지는 유연하기 때문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옷감에 태양전지를 부착해 겨울에 보온 기능을 할 수 있다. 또는 남의 손이 닿으면 경보를 울리게 하는 등 기능성 가방의 전기 공급 장치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빌딩 겉면에 설치하면 지금처럼 검은 색의 실리콘 태양전지와 달리 곡면으로 빌딩을 건축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플라스틱 태양전지는 당장 제품으로 생산할 수 있으며, 현재 기술을 이전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며 “우리나라의 태양전지 기술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내다 봤다.

이 교수는 지난해에도 세계 처음으로 전기가 통하는 순수금속 특성의 플라스틱을 개발해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기도 했다.

박방주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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