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콜금리 11개월 만에 인상…시장선 벌써부터 "또 올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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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1개월 만에 콜금리를 올린 것은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돈의 물꼬를 죌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도 한몫했다. 환율 하락이 우려되기는 하지만, 수출이 예상보다 잘되고 있어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란 판단이다. 그러나 이번 콜금리 인상의 영향은 미미했다. 이미 예고된 ‘악재’라며 주식시장은 오히려 큰 폭으로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인상 폭이 크지 않은 데다, 시중에 넘쳐나는 돈을 가두기엔 역부족이란 게 시장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콜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왜 올렸나=한은이 콜금리를 올린 주요 원인은 과잉 유동성이다. 더 이상 방치했다간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파가 크다고 본 것이다. 5월 말 기준 과잉 유동성 잔액은 전달보다 25조4000억원(1.3%) 증가한 1913조5000억원에 달했다. 5월 증가액은 4월(12조8000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이렇게 많이 풀린 돈은 최근의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맞물리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한 달 전부터 ‘금리 인상’ 신호를 시장에 꾸준히 보낸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 4분기부터 은행 대출이 많이 늘면서 통화 증가율이 상당히 높아졌고 지금까지도 그런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최근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콜금리를 인상하더라도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봤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자료에서 “2분기 성장률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는 높은 수준”이라며 “내년에도 성장률이 꾸준히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엔 ‘미풍’?=보통 한은이 콜금리를 올리면 환율과 주가는 내린다. 12일 환율은 소폭 떨어졌지만 증시는 오히려 1900선마저 훌쩍 넘으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우리투자증권 박종현 리서치센터장은 “아직도 금리가 낮은 상황이어서 감당하고도 남을 수준”이라며 “현재 주식시장은 수급 상황과 주가 수준, 기업 실적, 투자 심리 등이 모두 좋아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로 주택 거래가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금리마저 올라 돈을 빌려 집을 사려는 사람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금리는 집값과 반비례 관계에 있다”며 “지난해 집값 상승기에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사람들은 이자 부담이 커졌지만 집값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충격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릴 듯=이 총재는 이날 “콜금리 목표를 4.75%로 올렸지만 현재 상승 궤도인 국내 경기를 저해할 정도로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시중 유동성 증가세가 이어져 물가를 자극할 위험이 보이면 추가로 콜금리를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금융계에선 연내 추가 인상을 전망하는 곳이 많다. 리먼브러더스는 이날 “한은이 강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하반기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에 근거해 이르면 10월 콜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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