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분자 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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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입춘과 우수가 지났다. 때마침 좋은 벗이 찾아와 잔설을 밟으며 산에 올랐다. 산골짜기 개울물가에 자라는 버들가지에 귀여운 움이 돋아나 있고 『과연 그 무엇이 계절의 흐름을 거역할 것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때쯤 한잔 즐겨 볼만한 전통 차로는 복분자 차를 꼽고싶다.
보통 산딸기로 알려져 있는 복분자는 장미과에 속하는 야생나무 딸기의 생약 명으로 지방에 따라서는 참딸·곰딸 등으로 불린다. 결분·오복자·대백 등의 별명을 가지고 있다. 늦은 봄인 5∼6월께 손톱크기 만한 분홍색의 꽃이 가지마다 10여 송이씩 우산 꼴로 모여 핀다. 주로 중부이남의 지역에 분포되어, 자라므로 남한일대 양지바른 산골짜기변 어디서고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복분이라는 한자를 놓고 볼 때 이를 오래 복용하면 기능이 왕성해져 요강을 엎을 정도가 되는 것이리라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 복분자 뿐만 아니라 구기자·오미자·결명자·비자·치자 등 이름 속에 자 자가 들어가 있는 식물은 우리 신체중신의 기능을 강화 내지는 원활하게 해주는 것들이다. 복분자의 기미는 평범하고 달면서 시큼한데 능금산·구연산등의 천연 유기산류와 포도당·과당·자당 따위의 각종 당분이 함유되어 있다. 자양·강장·강정·보간·명목의 효능이 있으므로 신체허약·음위·유정 및 빈뇨의 질환을 다스리는데 효험이 있다. 흔히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야생의 풀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기실은 인간에게 가까이 있는 것일수록 훌륭한 조력자가 된다는 것이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피부를 부드럽고 윤택하게 해준다하니 등산길에 만나면 한 움큼 따들고 하나하나 맛을 음미하며 먹어 보자. 상큼하고 신 듯 하면서도 달착지근한 맛이 때묻지 않은 자연의 순수와 소박함을 일깨워줄 것이다.
약용으로 쓸 복분자 딸기는 빨갛거나 완전히 익어 검붉게 변한 것이 아닌, 7월께 설익은 녹색의 열매를 채취하여 건조시켜 사용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열매를 끓는 물에 1∼2분 정도 넣었다가 꺼내 햇볕에 말려 사용하기도 한다.
찻거리로는 열매 대신 뿌리를 선택한다. 가을이 되어 낙엽이 지고부터 봄이 되어 새잎이 나기 전에 복분자 나무의 뿌리를 캐내 말렸다가 적당한 크기로 잘라 주전자에 넣고 오래 끓이면 좋다. 애주가를 위한 복분자 술은 잘 익은 열매를 따서 2∼3배 가량의 소주에 담가 만든다. 한 달 정도 지나면서부터 마실 수 있는데 피로회복과 식욕을 돋우는데 탁월한 효험이 있다고 한다. 딸기잼을 만들어 먹어도 괜찮다. <글=관동대 연호종 교수 정리="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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