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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도 없고 손수 운전 출근 이면영 홍대총장(일요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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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학 재정난 「알뜰」로 극복/기여입학보다 자구 노력 먼저/정부보조 확대가 가장 바람직
「사학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만성재정난에 허덕이는 사립대학들이 획기적 타개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몇년안에 대학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다.
미일 등 선진국에 비해 학생당 교육비 4분의 1 교수당 학생수 두배 이상이라는 어려운 현실속에서 「철저한 긴축재정과 남는 돈 연구비 전용」으로 홍익대를 사립대중 모범대학으로 만든 이면영총장(60)을 어렵게 만나 사학위기의 처방과 독특한 대학 경영철학을 들었다. 이 총장은 『훈장인 탓에 평소에도 말을 많이 하는데 매스컴에까지…』라며 인터뷰를 네번이나 거절했다.
­최근 사립대 재정난 타결책으로 기여입학제 도입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완규 전교육부장관 역시 추진검토를 밝힌바 있고….
▲저는 반대합니다. 무엇보다 「노력한 만큼의 대가」라는 사회정의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자격과 수를 엄격히 제한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세지고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보면 교직원이나 학교 관계자 등의 정실입학을 막을 수 없고 결국 부정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또한 아깝게 탈락한 학생이나 학부모의 좌절감도 생각해야 합니다. 입시전쟁에 시달리는 감수성 예민한 학생들에게 수학능력보다 부모재력이 선발기준이라고 말하는 것은 교육 살인행위 아닙니까.
­그렇다면 재정난 해소를 위해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궁극적으로는 국가보조가 확대돼야겠지만 국가보조에 앞서 대학 자구노력이 선행돼야겠지요. 자구노력이라면 기부나 모금을 받는 방법과 대학의 합리적 운영이 포함되는데 제생각에는 우리 풍토에서 기부는 자구노력으로 볼 수 없습니다. 돈 얻어쓰고 자유로운 나라나 개인이 없듯 자유로운 학교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철저하게 아끼고 헛되이 쓰지 않는 합리적 운영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홍익대의 경우 이 총장 스스로가 자가운전으로 출퇴근 하는 등 검소한 운영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먼저 9개 단과대학장은 물론 총장실에도 비서와 운전기사가 없습니다.
기획·홍보·국제교류의 모든 업무를 기획부실장을 포함한 직원 3명이 맡고있는 등 기구와 인원을 최소한으로 운영합니다. 대학 공용차는 「총장용」「귀빈접대용」프레스토 각 1대,운동선수용 버스 1대 뿐입니다. 한학기분의 필요물품을 일괄 구입하거나 업자에 대한 지로이용 지급일 제도를 도입,낭비를 줄이고 경쟁입찰을 유도합니다. 또한 매학기 등록금도 접수 즉시 보다 고율이 보장되는 제도금융권을 이용하는 등 조금이라도 불리고자 노력합니다.
3백40억원의 1년 예산중 대략 30억∼50억원 정도 절약이 가능하니 큰 돈이지요.
­이 총장의 남다른 대학운영이 대학가에 화제가 되고 있는데 특별한 철학이라도 있으신지요.
▲나서길 싫어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제 성품 탓이기도 하지만 제가 그동안 외국을 다니며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몇년전 일본에 갔을때 보니 3조7천억원이나 대출을 하고 있는 일본 사학진흥재단 복도가 절전으로 눈이 침침할 정도였지요.
또한 일본 대부분 대학엔 청소원이나 수위가 없습니다. 단지 화장실청소만 용역회사에 맡길 뿐이지요. 마루젠(환선) 대형서점에 들러 메모지를 부탁하니 4절 이면지 8분의 1 조각을 주더라구요.
요즘은 저희 대학도 모든 서류와 메모용지에 이면지를 활용합니다. 창마다 방풍을 하느라 겨울엔 대학이 운통 비닐하우스촌이 됩니다. 제 방에는 오리털파커와 담요까지 준비돼 있습니다. 제가 먼저 솔선수범 하니까 학생·교직원도 잘 따라줍니다. 이렇게 절약한 돈으로 교수요원에게 투자,교수 1명에 학생비율이 1대 30 정도로 국내 대학중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지난해 투자도 건축비 28억원,실험실습설비비 49억원 등 70억원 이상 됩니다.
­학생들에게 당부할 말씀이 있다면.
▲최근 일본 관광책자에 신촌이 신주쿠(신숙)에 해당한다고 소개됐답니다. 얼마전엔 대학 정문앞에 「홍익여관」이 문을 열었다가 강력한 항의로 내쫓기기도 했지만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따른다고 생각하면 걱정입니다. 대학과 구분없는 서점가로 유명한 일본 와세다대학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학생의 본분이 무엇보다 학업에 있음을 되새겨야죠.
72년 교원공채를 맨 처음 시작했고,80년 이후 편입학생을 한명도 받지않아 부정의 소지를 없앤 홍익대의 경우 입학시험 부정방지를 위해 미술 등 실기고사는 50∼60명이 번갈아 점수를 매기고 입시 관련서류는 10년 이상 보관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 총장은 다음주초께 자발적으로 교육부 감사를 공식요청 하겠다고 말했다.
56년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고려대 대학원을 거쳐 성균관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 총장은 66년 이후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해 왔으며 부인·딸과 함께 84세의 노모를 모시고 산다. 「말보다 행동」이 좌우명이라고 했다.<최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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