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인근에 영어 체험마을을 한 군데 설립하는 데 약 1000억원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그 돈이면 전국의 학교 시설을 바꿀 수 있다. 6월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은 다가오는 문화의 세기를 맞아 예체능 교육 혁신 방안을 제시했다. 각 학교의 음악실에 방음시설 설치, 멀티미디어 기자재와 각종 악기 구입, 미술실 개·보수와 그래픽 전용 컴퓨터, 감상용 프로젝터를 배치하고, 학교 운동장에 스프링클러와 수영장까지 설치하자는 것이다. 그는 이 사업에 향후 5년간 약 1000억원을 산정했다.
전국적인 영어 열풍에 많은 우려와 부작용이 지적된 바 있다. 하지만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의 시대적 과제가 영어뿐일까. 노사 문제와 소외계층의 문제, 그 밖에도 환경, 고령화, 육아와 저출산, 양극화, 이민자 문제 등은 어떤가. 과연 이런 문제들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 없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에 관심을 갖는 지자체나 정부기관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세대가 2만 달러 시대에 도달하는 데 어려운 점이 영어였다면 국민 소득 3만~4만 달러 시대를 여는 데 꼭 필요한 다음 세대의 과제는 이러한 것들이 아닐까 한다.
대표적 복지국가 중 하나인 독일에 단지 교육만을 위한 외국인 마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덴마크에서 토플 원서 접수 때문에 서버가 다운되었다면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프랑스에서 원어민 영어 교사가 활약했는가. 스웨덴에도 외로움을 술로 달래는 기러기 아빠가 있었는가.
오늘날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그들은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전인 1만 달러 시대 때부터 그 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극복해 현재의 복지국가를 이룩했다. 현재 2만 달러 시대를 통과하는 우리 역시 같은 고민을 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본다.
*본 난은 16개 시·도의 오피니언 리더 50명이 참여한 중앙일보의 ‘전국열린광장’ 제5기 지역위원들의 기고로 만듭니다. 이 글에 대해서는 ‘전국열린광장’ 인터넷 카페 (http://cafe.joins.com/openzone) 에 의견을 올릴 수 있습니다.
강범희 원주시민연대 운영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