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신성 전문가로 개혁 주도/비서실 인사로 본 YS의 새한국 방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걸림돌은 치우고 간다”뚝심 보여/계파·지역안배 보다 전문성 역점
17일 뚜껑열린 차기정부의 청와대비서실 인사를 보면 김영삼 차기대통령의 자신감과 스타일이 그대로 배어 있다.
계파나 지역안배·논공행상 등을 고려하지 않고 철저히 믿는 사람을 포진시킨 뚝심같은 것이 보인다. 한두사람을 제외하곤 한결같이 측근 참모이거나 비선에서 그를 보필·자문해온 이른바 공신성 전문가들이다. 오랫동안 눈총을 받아온 TK(대구·경북)인사와 군출신을 완전 배제했고 자칫 오해를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11명중 4명을 부산·경남출신으로 채웠다.
이는 적어도 청와대 참모만큼은 「내 책임아래 내뜻대로 부릴 수 있는 사람을 쓰겠다」는 것으로 웬만한 반발이나 걸림돌은 피하기보다 치우면서 가겠다는 김 차기대통령 특유의 정치행태를 드러낸 것이다.
이같은 스타일은 ▲30년만의 문민정부 ▲40%를 웃돈 득표율 ▲국가발전의 기로에 섰다는 위기의식 등을 고려할때 적어도 정통성 약한 군출신의 전두환·노태우대통령과는 다르다는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다.
이는 김 차기대통령의 용인과 정책선택방향이 앞으로 어떠하리라는 것을 짐작케 하는 실마리일 수도 있다.
김 차기대통령은 인사스타일에서 보였다시피 앞으로 부정부패 척결과 경제회복 등 2대국정지표를 향해 특유의 자기방식대로 밀어붙일게 거의 틀림없다.
아울러 박관용비서실팀이 그같은 목표를 수행해 나가는 중심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 4선인 중진의원을 실장에 앉힌 것은 5,6공에 비해 좀더 비서실을 국민정서에 가까이 끌고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비서실이 결코 행정보좌기능이나 하는 곳이 아님을 의미한다.
박 실장 내정자를 비롯한 수석들의 대부분이 자기분야에서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사람들이다.
우선 박실장부터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해 왔으며 주돈식 정무수석·이경재 공보수석은 언론계에서 「돈안드는 정치」를 주장하고 현재의 정치판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사람들이다.
전병민 정책수석은 해온 일이 온통 개혁에 관한 기획업무였다. 김 차기대통령을 비롯,참모진은 대부분이 비판을 하던 입장이었던 셈이다.
박 실장은 『개혁의 요체는 월권을 없애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안기부나 기무사,대통령의 핵심측근들이 고유권한을 벗어나 월권을 저지른데서 모든 한국병이 싹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남북국회회담 대표와 국회통일정책특위 위원장을 지내는 등 의회내 남북관계 전문가라는 점에서 청와대가 통일정책에도 깊숙이 관여할 것으로 점쳐진다.
신경제구상을 창안해 김 차기대통령의 경제과외선생으로 불리는 박재윤 총재경제특보를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대동한 대목도 역시 청와대가 신경제건설의 견인역할을 맡게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라 하겠다.
이처럼 청와대비서실은 김영삼개혁정책을 추진해나갈 실질적 역할을 맡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개혁의 당위와 주장을 현실과 접목시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우며 과연 이들에게 그만한 능력이 있느냐는 점이다.<허남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