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국산화정책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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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농촌에서 농기계대리점 수리기사로 십여 년간 일해오며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며 느끼는 점이 너무 많았다.
어느 분야고 어렵지 않은 곳이 있을까마는 얼마 전 어느 신문에서 농기계 시장을 해외에 개방했을 경우 국내농기계 회사들의 생존 가능성은 10%도 되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경쟁력이 취약하다. 우리의 농업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농기계 시장이 개방되고 국내 농기계회사들이 주저앉는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의 농업은 어떻게 되겠는가.
현재 농촌에 공급되고 있는 농기계의 종류 및 수량은 자료를 수집하며 공부하는 본인도 일일이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방대하다. 수많은 농기계 중 주력 기종이라 할 수 있는 트랙터 한가지만 예로 들어보자. 트랙터를 생산·수입판매하고 있는 회사가 국내에는 6개나 된다.
그 회사들이 기술제휴하고 있는 외국의 회사는 11개 부품의 호환성이 거의 없이 보급되고있는 기종수가 50여개를 넘는다.
물론 우리 나라 회사들의 기술축적이 엄청나 조금이라도 자체 개발, 생산한다면 그보다 큰 자부심도 없겠지만 공급기종 중 외국모델이 아닌 것이 없고 아예 완제품을 수입하는 기종도 과반수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면 보통사람들도 아연해할 것이다.
외국의 이름 있는 농기계회사는 거의 국내에 기술제휴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으니 우리농촌은 마치 세계의 농기계 전시장과도 같은 상황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농기계 국산화가 시급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농기계 국산화가 정착되려면 농기계 회사가 스스로 투자해서 이익을 남길 수 있게 시장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기종 당 판매 대수를 보장해주고 몇 년간 수많은 자금을 투입하여 국산화시켜 놓았는데 다른 회사가 더 좋은 기종을 외국에서 수입한다면 어느 회사가 국산화하려고 노력하겠는가. 국산화 의지가 가장 큰 회사, 국산화해가장 득이 많을 기종을 선택하여 집중적인 정부지원이 있어야 할 줄로 믿는다.
쌀 시장이 외국에 개방되면 큰일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그 쌀을 생산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가장 큰 도구인 농기계가 외국에 종속되어 가고 있다. 보다 빠른 시일 내에 혁신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안지송<강원도 인제군 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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