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준 안 되는 제품 더 이상 발붙일 곳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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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1962년부터 시행돼 온 한국산업규격(KS) 표시인증제도는 제조 기업이 사내 표준화와 품질경영을 도입해 품질개선과 생산효율을 도모하고 우수 공산품을 생산하고 보급하기 위한 국가품질인증제도다. KS제도는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제조기업의 품질경쟁력 제고와 소비자 권익보호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 공산품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수준도 그간 끊임없이 진화했다. 설계에 따른 균일한 생산을 추구하던 대량생산 초기에는 규격 적합성이라는 적합 품질을 중요시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성능이 좋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이라도 다양한 고객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개성화와 차별화가 더해진 감성품질이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제품의 수명주기가 한층 짧아지고 있는 추세다. 아울러 국제거래의 자유화가 확대됨에 따라 선진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표준에 맞춰 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수준을 높이지 않고서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이처럼 시장이 요구하는 품질이 달라짐에 따라 ‘KS표시제품은 우량제품’이라는 소비자 인식도 예전만 못하다. KS표시제품도 최저 규격조건의 충족을 넘어서는 초우량의 매력적인 품질을 실현할 수 있을 때만 앞서가는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특히 그동안 일부 불량 KS표시제품의 유통과 하향 평준화된 KS표시제품 탓에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는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정부도 2004년 ‘KS 인증제도 종합개선대책’을 강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요청에 따라 한국표준협회와 한국품질경영학회 지수연구회가 공동으로 KS표시제품에 대해 제조품질 및 사용품질을 반영하는 품질우수성 평가모형을 설정했다. 조사대상 기업의 제품을 구매 또는 이용한 경험이 있는 고객을 상대로 품질의 우수성 및 만족도를 평가하는 종합지표인 KS-QEI를 개발해 올해로 3년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KS-QEI는 기업에는 선의의 경쟁과 지속적인 품질혁신을 유도하는 한편, 소비자에게는 KS표시제품의 품질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무엇보다 우수한 KS표시제품을 발굴하고 홍보해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소비자에게는 KS표시제품에 대한 정확한 품질비교 정보가 제공되며, 해당기업에서는 조사결과가 품질향상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KS-QEI는 기존의 고객만족도 조사들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소비자가 느끼는 품질이 아니라 제조 품질과 사용 품질을 조사한다. 타업종간 비교도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KS-QEI는 품질우수성을 실질적으로 측정해서 조사대상 기업에 품질 개선점을 제시한다는 게 장점이다. 앞으로 올해 40개 KS표시품목을 대상으로 수행된 KS-QEI 조사를 더욱 확대하여 궁극적으로 KS표시제품 전체의 품질우수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업으로 발전시킴으로써 국가품질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태규 한남대 경상대학장 한국품질경영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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