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JOBs] 외국계‘취업 사관학교’ 국제대학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1월 서울 남영동 주한 미 대사관 공보부에서 한·미 FTA 협상단 미국 측 웬디 커틀러 단장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및 국제학부 학생들. [중앙포토]

 국제대학원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1997년 국제 통상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서울대·이화여대 등 9개 국제대학원을 설립한 게 시작이었다. 전공은 크게 지역학과 국제협력·국제통상으로 나뉜다. 모든 강의는 영어로 진행되고 외국인 학생 비율이 높아 외국 대학과 비슷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취업은 꽤 잘된다. 그것도 주로 외국계 기업이나 대기업 같은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가 많다. 99년부터 올해까지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졸업생 취업 통계를 보면 외국계 기업 취업률이 38%, 국제기구·공공기관은 12.3%였다. 또 국내 대기업과 금융권의 해외업무 분야에도 졸업생의 28%가 진출했다. 공부를 계속하는 학생들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취업한 셈이다.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 졸업생들도 정부·공기업 15%, 외국계 기업 22%, 국내 대기업 20% 등에 진출했다.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이 지난해 배출한 31명 졸업생 중에 공직과 학계 진출자(5명)를 제외한 26명이 외국계 기업(12명)과 국내 대기업·금융권(14명)에 취업했다. 하지만 등록금 부담이 만만찮은 게 사실이다. 또 국제대학원이 급격히 늘면서 특정 분야의 경우 영어 소통 능력과 글로벌 감각, 학문적 깊이를 겸비한 교원을 찾기가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학 실력 뛰어나고 외국 문화와 친숙=국제대학원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외국인 학생 비율이 높아지면서 외국 문화와 친숙해질 기회가 많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글로벌 인재가 필요한 국내 대기업과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외국계 기업은 이런 이유로 국제대학원 출신을 선호한다. 2월에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을 졸업한 손승현(28)씨는 지난해 가을 구글코리아에 입사했다. 그는 “외국 사무소 직원들과 영어로 회의나 토론을 할 경우가 많은데 국제대학원에서 생활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코엑스 SP팀(공동출자 전시회 담당)에 근무한 적이 있는 남주현(28)씨도 “대학원 때 외국 문화와 접할 기회가 많아 현업에 와 유럽 바이어들과의 워크숍을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의 인사 담당인 김규형 과장은 “국제대학원 출신들은 어학 실력이 뛰어나고 타국의 문화와 가치관에 대한 적응이 빠르다”고 말했다.

 ◆해외 유학 갔다 되돌아오는 학생도=이화여대 국제대학원의 김은미 교수는 “국제통상·국제경영·외교안보라는 틀에서 아시아와 한국에 관한 지역학을 통합적으로 공부해 어설픈 해외 유학보다 더 경쟁력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화여대에서는 이를 ‘두 개의 닻(two anchor) 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 해외 유학을 갔다가 국제대학원에 다니겠다고 되돌아오는 이들도 있다. 미국에서 1년 반 유학 뒤 돌아온 김승환(28)씨는 “어차피 한국에서 취업할 거라면 한국에서 공부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중남미 지역학 전공인 그는 “코이카(KOICA)를 통해 위탁교육을 받으러 온 중남미 공무원들한테서 실무적인 지역 정보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초빙 교수의 강의를 듣고 중남미 학회에서 논문 발표 기회를 얻는 등 해외 유학 못지않은 효과를 얻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대학원 인맥도 외국계 기업 입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연세대 취업 담당 최영하 조교는 “골드먼삭스나 딜로이트 같은 외국계 기업에 인턴십을 하려면 면접만 여러 번 봐야 하는데 그 회사에 근무하는 선배를 통해 직접 추천을 받아 인턴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잡코리아의 황선길 본부장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의 구체적 성격을 잘 따져서 국제대학원의 문을 두드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유창한 영어 실력 갖춘 교수 부족=비용 대비 교육 효과가 충분한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일부 있다. 비싼 등록금은 국제대학원의 문을 두드리려는 학생들에 적잖은 부담이다. 보통 한 학기에 5백만원 수준이다. 그래서 돈을 더 보태 유학가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유창한 영어 실력과 전문성을 갖춘 갖춘 교수진이 달리는 점도 문제다. 한 국제대학원 졸업 예정자는 “일부 교수는 상당수 학생들보다 떨어지는 영어 소통 능력으로 강의를 하기 때문에 차라리 학생들끼리 토론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