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설계­시공 “부실”입증/청주 「우암」붕괴수사 마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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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전문가 동원 현장잔해 정밀감식/관계자들 부인 애먹어… 공소시효로 고민도
청주시 우암상가아파트 화재·붕괴사고와 관련,38일간에 걸친 검·경찰수사는 14일 건축관계자 등 8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하는 선에서 일단 매듭지어졌다.
청주시가 생긴이래 가장 충격적이었던 이번 사고와 관련해 검·경찰은 그동안 건축 및 설계관계자,소방공무원,상인 및 주민 등 모두 3백70여명의 관계인들을 대상으로 벌인 수사를 통해 건물붕괴 원인이 부실시공 때문이라는 심증을 굳히고도 건축관계자들로부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진술을 얻어내지 못해 진전을 보지못하다 현장에서 채취한 시료를 토대로 한 전문가들의 정밀감식 결과 부실시공 판정이 나옴에 따라 이같이 마무리짓게 된 것이다. 검찰은 이같은 전문가들의 감식결과 외에도 건축주 최계일씨(53·수배중)와 함께 이 상가아파트의 공동대표로 돼있는 이상연씨와 건축 당시 자재납품업자 등에 대한 수사를 통해 ▲건축주 최씨가 건물신축 당시 건축비 10억원을 제대로 마련치못해 이씨를 끌어들였고 ▲시멘트 등 자재대금 결제를 못해 아파트나 상가로 대신 변제했으며 ▲이득을 많이 내기위해 세차례나 설계변경을 한 점 ▲분양이 저조했던 사실 등이 밝혀짐에 따라 애당초 부실자재 사용 등 부실공사의 개연성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했었다.
검·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무엇보다 사고직후 인명구조 작업에 밀려 현장보존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화재원인과 붕괴원인을 가려내야 했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낀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설계도면과 건축허가 관련서류 등이 보존연한(10년)을 넘겨 대부분 폐기된 상태여서 관계자의 진술만을 토대로 수사를 벌이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검·경찰은 사고직후 잠적했던 이상연씨나 이학로씨에 대해서는 수사대상의 핵심인물이면서도 혐의사실을 부인할게 뻔해 소재파악만 해놓고 일부러 감식결과가 나올 때를 기다려 소환조사를 벌였다.
또 수배된 건축주 최씨도 현재 소재파악이 되지않은 상태지만 구속수사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검찰은 특히 공소시효와 관련,상당히 고민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당초 건물붕괴로 인한 피해발생 시점을 공소시효의 기산일로 보았으나 법조계 일부에서 회의론을 제기,14일 영장을 청구하기 직전 무려 5시간 이상 회의를 끌기도 했다.
검찰의 수사토대는 형사소송법 2백52조 1항.
즉 결과범의 경우 공소시효는 범죄행위 발생,다시 말해 결과(건물붕괴) 발생시점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규정을 적용할 경우 예컨대 50년 전에 건축된 건물에 대해서도 부실공사에 따른 결과(붕괴 등 피해)의 불법성과 책임을 현 시점에서 따질 수 있다는 논리도 성립될 수 있어 「이 규정을 모든 사건에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이른바(건축) 행위종료시설도 있어 이번 구속대상자 전원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14일 청주지법 황성규판사에 의해 구속대상자 전원에 대한 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공소유지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청주=안남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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