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원생 선발 확 바꾸자

중앙일보

입력

서울대는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선호하는 최상위 대학이다. 그런데 이공계 대학생들의 개인학력 차가 커 3단계 수준별 수업을 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서울대 신입생들의 학력 저하를 걱정하는 소리가 자주 나오곤 했다.
이를 극복이라도 하려는 듯 서울대는 올 대학 입시부터 심화 교과를 선택하는 학생에게 유리한 입시 요강을 내놓았다. 영재 교육의 최정점에 있어야 할 서울대가 이럴 정도면 다른 대학의 실정이 짐작된다. 우수학생의 육성 문제든, 선발 시스템의 문제든 입시제도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소박한 꿈을 갖고 자녀의 영재성을 찾아주려는 학부모의 의지가 꺾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올해 서울지역에는 특목고인 세종과학고와 서울국제고가 내년 3월 개교를 앞두고 신입생을 선발한다. 2개의 특목고가 늘어난 셈이다. 자립형사립고 설립도 검토 중이고 과학고 선발 인원도 1800명 수준에서 5000명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게다가 교육개발원은 “과학고가 원하면 과학영재학교로 바꿔줘야 한다”고 교육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ㆍ중등 영재교육원 지원생은 매년 늘고 있다. 이처럼 평준화 교육의 경계를 넘어 수월성 교육ㆍ영재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현장의 현실은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하다. 이미 발표된 세종과학고 신입생 전형을 보면 영재교육원 수료자에게 가산점을 주지 않고 있다. 또 얼마 전 기존의 서울지역 과학고에서도 비슷한 발표를 하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마치 영재교육이 후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해당 학교측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다. 영재교육원 수료자에게 가산점을 줘 선발했던 과학고 합격생의 학력이 약하다는 진단이 일부에서 제기된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영재교육원 교육 과정과 선발 방식의 문제일 수 있다. 때문에 보완이 필요한 문제지 아예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은 옳지 않다. 즉 별도의 영재교육 과정을 수료한 학생에게 가산점을 줘 장려하는 것이 옳다.
우리 사회는 영재 교육의 필요성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수월성 교육을 받기 원하는 학생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공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영재 교육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영재 교육과 선발 방식이 정립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일찍부터 초등학생 자녀의 손을 끌고 영재성을 찾아 발품을 파는 학부모가 많다. 또 조기에 진로를 정해 에너지를 집중하는 학부모도 있다. 그런데 제도가 미흡해 이같은 학생과 학부모의 꿈이 깨질까 우려된다. 오늘 우리는 ‘한 명의 영재가 수십만 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재 중심의 사회에 진입해 있기 때문이다.
한 명의 영재를 발굴하고 길러내는 비용을 생각해 보자. 일관된 영재교육이 하루빨리 정착돼야 할 필요가 여기 있다.
김경노
장학학원 입시전략본부장
02-2202-0025
www.janghak.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