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식 강제사찰도 가능/북한핵 특별사찰 어떻게 진행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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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러 등 안보리 이사국 태도 강경/유엔 「결의」전 북한 호응할 가능성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1일 북한에 대해 특별사찰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혀 북한의 핵문제가 국제적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IAEA가 협약 당사국의 신고내용에 문제를 제기해 특별사찰을 실시하는 것은 70년 발효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이 특별사찰제도는 사문화된 것으로 이해될 정도였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북한에 대해 이같이 결정한 것은 북한의 핵위험이 단순히 의혹 단계를 넘어 확증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외무부 당국자도 『IAEA의 특별사찰은 단순히 의혹만 가졌다고 실시하는 것이 아니다. 확실한 증거가 확보됐을때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해 북한의 핵무기개발이 신고내용 이상으로 진척된 사실을 확인했음을 암시했다.
IAEA는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에 대한 특별사찰은 그동안 IAEA가 실시한 측정·분석 결과와 북한이 신고한 내용 사이의 불일치를 해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이것은 북한이 플루토늄을 신고한대로 극소량만 추출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를 확보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IAEA는 또 『핵폐기물 관련시설로 보이는 두 지점에 대한 사찰관들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핵폐기물에는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과정에 용매로 사용한 화학물질도 포함하는 것이어서 이것을 분석할 경우 현재 의혹을 주고 있는 플루토늄의 추출량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사찰의 중요한 대상이 된다. 또 추가로 추출된 플루토늄을 저장해 놓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별사찰은 IAEA 사무총장이 직권으로 요구할 수도 있고,이사회의 결의를 거칠 수도 있다. 한스 블릭스 사무총장은 이사국들과 비공개 협의를 거쳐 직권으로 결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IAEA가 지난 9일 북한에 서한을 보내며 다음주초까지 회답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북한의 회답 여부에 관계없이 다음주초에는 이 문제를 다룰 특별이사회가 소집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는 72시간 전에 소집하게 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17∼18일께 특별이사회가 소집되고,22일부터 열리는 정기이사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IAEA의 특별사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무총장은 그 경위를 이사회에 보고하게 된다. 이사회는 다시 북한이 특별사찰을 수용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수 있다.
이 과정 어디에서라도 북한이 사찰을 받아들이면 북한과 사찰관 임명을 협의하고 특별사찰을 실시한다.
그러나 북한이 끝내 사찰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IAEA 사무총장은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여 IAEA차원에서 자체제재를 할 수 있다. IAEA가 할 수 있는 제재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관련해 IAEA가 그 나라에 지원해오던 것을 중단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IAEA사무총장이 유엔 안보리와 총회에 이러한 내용을 보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보리는 이 보고를 검토해 일단 북한이 IAEA의 특별사찰을 수용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북한이 거부한다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의심이 굳어지는 것이므로 이라크에 한 것처럼 강제력있는 유엔사찰단을 파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안보리 상임이사국중 대량학살무기 확산방지를 외교의 최대 과제로 삼고 있는 미국은 물론,프랑스·영국·러시아 등도 북한의 핵의혹을 강력히 비난해와 북한에 강제사찰을 강행하는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도 한반도에 핵무기가 존재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기본 입장이어서 이 단계에까지 이르면 북한을 옹호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안보리 결의가 있을때까지 버틸지는 의문이며 그 이전에 사찰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같은 복잡한 과정은 북한이 시간을 버는데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현재 IAEA가 보고자 하는 두개의 장소에 숨겨져 있다고 판단하는 내용물들이 지하터널 등을 통해 이동될 가능성도 있다.
이 점에서 한국정부는 IAEA의 사찰만이 아니라 남북간의 상호사찰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북한이 국제적 관심을 고조시킨뒤 IAEA의 사찰을 수용할 경우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IAEA 사찰만으로 북한 핵사찰이 충족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에 대한 특별사찰이 북한핵문제 해결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아니면 이 문제로 인한 새로운 긴장이 조성될지 앞으로 크게 주목된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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