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첨단화/직인위조 기술/컴퓨터그래픽이용 흠집까지 그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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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식별기술은 주먹구구식 20년전 수준
대입 대리시험사건에 등장한 위조직인을 계기로 「인장범죄」가 다시한번 관심을 끌고 있다.
위조인장은 이번 입시부정 뿐만 아니라 국과수 허위감정사건·정보사부지 사기사건 등 각종 사기사건때마다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며 그 제작기술도 갈수록 지능화하는 추세다.
서울 S대앞에서 인장업을 하고 있는 장모씨(38)는 『취업철만 되면 학교장직인을 만들어달라는 학생들이 종종 찾아오나 거절한다』며 『청계천·을지로일대의 무허가 인장업자들은 5만∼10만원씩 받고 위조직인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손으로 도장을 파 진짜와 구별이 어려운 가짜를 만드는 것은 웬만한 기술자면 가능하지만 보다 정교한 위조를 위해서는 지난해 국과수사건때 전문위조 사기단이 사용했던 수지인쇄법이 악용된다. 인감 등을 사진촬영한뒤 필름을 붙인 합성수지판을 화학약품으로 부식시켜 인쇄하는 이 방법은 좀더 정교함을 요하는 인감증명도용·부동산사기나 관인을 위조한 허위공문서 작성 등에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인장 복제기술까지 등장했다.
스캐너(화상입력기)를 통해 입력된 인장의 글자를 컴퓨터 조각기로 정교하게 파내는 것으로 미세한 흠집까지도 복제가 가능하고 필요할 경우 깨진 부분의 원상복구까지 자유로워 유명화가의 낙관을 위조,가짜 고서화를 만드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인장범죄 수법은 이처럼 날로 고도화되고 있지만 이를 식별해내는 기술은 20년전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 없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형편.
시중은행중 가장 전산화가 잘돼 있다는 J은행의 경우도 투명한 셀률로이드판에 도장을 찍어 통장도장에 겹쳐놓고 육안으로 대조하는 것이 고작인 실정이다.<최상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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