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액 나와도 정자 없으면 간통 인정 못 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해 6월 김모씨는 별거 중인 아내의 불륜 현장을 잡기 위해 경찰과 함께 서울의 한 모텔에 들이닥쳤다. 샤워 중이던 김씨 부인은 내연남과 함께 간통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은 여성의 질액을 채취해 정액 반응검사를 했다. 그 결과 정액 양성반응이 나왔지만 정액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정자는 검출되지 않았다.

검찰은 "정액이 나온 것만으로도 간통 사실이 명백하다"며 기소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는 6일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간통 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사정 후 72시간이 지나 정자 DNA가 완전 분해됐거나 ▶남성이 무정자증인 경우 ▶정관수술을 받은 남자일 경우에는 정액 양성반응이 나타나더라도 정자가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사건 남성의 경우 정관수술을 받은 적도 없고, 무정자증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설사 검출된 정액이 이 사건 남성의 것이라 하더라도 72시간 전에 성관계를 갖는 과정에서 남은 것일 수 있어 검찰이 기소한 일시와 장소에 대한 증거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여성이 또 다른 남성과 관계를 가졌을 수도 있는 등 여러가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서울중앙지법 이동근 공보판사는 "간통 사건은 어느 한쪽이라도 자백하면 처벌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 사건처럼 두 사람 모두 부인하는 경우 검찰의 기소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성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