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바람 거센 정부조직 개편/여야 원론동의·각론대립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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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자,민주반대 불구 이번 회기 처리방침/“YS개혁 첫 작품” 모양새 갖추기에 신경
민자당이 새정부 출범에 발맞춰 추진하고 있는 체육청소년부·동자부폐지 등 정부기구 개편안을 둘러싸고 처해진 입장과 이해에 따라 반응이 여러 갈래다.
사실상 김영삼 차기대통령의 「개혁작품」 1호라는 점에서 민자당은 여야합의에 의한 모양새있는 처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즉흥적이고 단편적 발상」이라며 반대함으로써 경우에 따라 정치공세용으로 활용할 속셈임을 내비쳤다. 기득권을 잃게된 폐지대상부처의 반발도 만만찮다.
6공초 행정개혁위의 정부기구축소의지가 당사자들의 이해다툼 때문에 끝내 물거품이 되고만 경험도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국민적 공감대의 바탕위에 추진되는 새정부 개혁의지가 몇몇의 기득권 보호때문에 제동이 걸려선 안된다는 여론도 훨씬 우세하다.
○…민자당은 체육청소년부의 경우 엘리트 체육·사회체육 기능은 대한체육회 등 민간체육단체가 맡도록 하고 청소년체육 관련부분을 떼어 문화부에 넘기는 쪽으로 추진중이다.
동자부는 상공부에 흡수시키면서 점차적으로 상공부를 산업통상부로 확대개편한다는 것이 개편안의 주요 골자다.
민주당과 해당부처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게 민자당의 확고한 입장인 것 같다.
김영삼 차기대통령의 개혁 첫 카드에서부터 뒷걸음치는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민자당은 그러나 민주당의 반대로 인한 잡음을 줄이고 최대한 여야합의라는 모양새를 갖추는데 앞으로의 개혁작업에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인식도 아울러 갖고 있다.
민주당의 반대가 당론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협상 여지가 남아있다는 기대속에 대야접촉을 통해 정부기구축소안의 원활한 국회통과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체육청소년부·동자부 폐지안과 관련한 여야협상은 새 정부 출범이후 2단계 정부조직개편 논의에도 영향을 줄 것이 거의 틀림없다.
서상목 제2정책조정실장은 『정부기구개편 2단계는 더 어려운 작업이다. 체육청소년부와 동자부는 어느 정도 폐지에 관한 의견이 접근돼 있다. 이것도 제대로 못하면 2단계 작업은 어떻게 추진하느냐』고 말했다.
이 작업은 앞으로 발족될 행정개혁 쇄신위에서 맡을 예정인데 거기에는 ▲기획원 업무 전면조정 ▲산업통상부 설치 ▲해양산업부·정보통신부 신설 등 굵직한 사안들이 검토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때문에 안기부법 개정을 앞세워 일괄적 개편안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반대가 생각밖으로 거셀 경우 민자당은 수적우세에 의한 강공책을 쓸 가능성도 없지않다.
폐지대상 부처의 반발에 대해서는 새 정부의 개혁의지를 적극 홍보,지지를 유도하면서 집단행동 등 불필요한 소동은 미연에 방지해 나갈 방침이다.
○…민주당도 원칙적으로 불요불급한 정부기구 축소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체육청소년부·동자부만을 분리해 정부조직을 마치 대기업체 부서 정리하는 식으로 처리한다면 「졸속」이 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비판이다.
즉 정부기구 축소에는 각계각층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부조직연구위」 같은 기구를 만들어 각 부처의 유기적 연관까지 고려한 종합적 개편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채영석 수석부총무는 『국회조직법 개정작업과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민의의 대변기관인 국회를 전혀 무시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부투자기관 이사장제의 폐지·축소안과 연계시키려는 것이 민주당의 생각이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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