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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타개 북한 전방위외교|가에 식량공급 "노크"|산유국과 협력 박차|오등 투자유치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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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1면

북한이 전례 없이 전방위외교에 발벗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의 당·정 대표단은 최근동시다발로 중동·서구·남미·동남아 순방 길에 올라 원유 및 식량공급·투자 등 경협을 요청하는가 하면 핵 문제 등에 대한북한입장 홍보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연초엔 또 카타르·예멘과 각각 대사 급 및 영사 급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리비아와는 경제협정을 맺는 등 산유국과의 협력선 다변화에 부쩍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지난 연말엔 부족한 식량 60만∼1백만t을 공급받기 위해 캐나다 등에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다.
특히 그 동안 등한시 해 왔던 오스트리아·네덜란드 등 서구 쪽에도 눈을 돌려 관계개선 및 투자유치를 꾀해 귀추가 주목된다.
북한의 이 같은 외교행보는 일단 러시아와 중국이 각각 원유대금의 경화결제를 요구, 급격히 악화된 에너지 난과 식량난을 덜고 경제난을「차선」의 자본·기술로 타개해 보려는 고육지계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핵 문제로 교착상대에 빠진 대 미일수교 등「남방정책」의 실패를 만회,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면서 동시에 두 국가와의 수교에 원군을 얻어 보려는 속셈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최근 북한 외교단의 문어발 식 순방은 정치적 목적보다 경제적인 색채가 짙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이 가운데 최근 2개월간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산유국과의 협력강화라 하겠다.
작년 12월 김달현 당시 부총리 겸 대외경제위원장이 정무원경제대표단을 이끌고 이란을 방문한 이래 산유국과의 수교 및 방문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올 들어선 지난달 4일 이성대 현 대외경제위원장이 리비아와 경제협정을 맺었고 9, 11일엔 예멘·카타르와 잇따라 영사협약 및 대사급 외교 관계를 텄다.
최근에는 당 국제부·최고인민회의·정무원외교부대표단이 14일부터 각각 남미의 브라질·페루, 중동의 이란·시리아, 아프리카의 알제리·이집트 등의 순방 길에 올랐다.
이같이 외교사절파견에서 절반이 넘는 행선지가 산유국이라는 점을 미뤄 볼 때 일단 석유수입을 통해 발등에 떨어진 에너지 난을 잡아 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실 북한은 작년 말 러시아와 중국이 무역대금의 경화결제를 요구하는 바람에 사실상 원유공급 선이 끊겨 석탄증산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등 대체에너지 확보에 골머리를 앓아 왔다.
작년 12월 중국에너지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하고, 방글라데시 동력부장관과 경제협정을 맺은 것 등 이 이를 반증한다.
또 지난달에는 유엔개발계획(UNDP)과 두만강개발과는 별도로 총 2백70만 달러 규모에 평양화력발전소 설비강화와 전력공급체계의 현대화를 골자로 하는「에너지 합의서」를 채택하기도 했다.
특히 가뜩이나 어려운 외화사정, 최근 중동·아프리카의 긴박한 국제정세를 비춰 보면 협상에서는 원유와 무기·광물의 물밑 바터 거래가 오갔을 가능성이 많다는 게 당국과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최근 김달현 부총리·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의장 등 거물급 외교사절 3명이 이란을 잇따라 방문했고 김일성이 이란의 혁명근위대를 평양으로 불러들인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다음으로 북한이 역점을 두고 있는 지역은 서구.
작년 12월 한달 동안 김용순 당 국제부장을 단장으로 한 당 대표단이 포르투갈·이탈리아·오스트리아를 잇따라 순방했고, 지난달 26일부터는 외교부 김계순 순회대사가 독일· 네덜란드 등 방문 길에 나섰다.
특히 지난달11일에는 이 국제관계연구소 쟝 카를로 사무총장이 김일성을 접견, 최근 나돌고 있던 북-이 국교수립 임박 설을 뒷받침했다.
이에 앞서 조성범 외교부부부장은 덴마크·스위스를 방문했다.
이들 외교대표단은 하나같이 작년 10월 공 표한 외국인 투자 법 설명과 함께 임 가공 및 나진·선봉지구에 대한 투자를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같이 서구를「공략」하고 나선 것은 미일과의 수교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경협 창구를 다각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밖에 북한은 대만과 태국·말레이시아를 동남아의 경협 교두보로 삼기 위해 외교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형편이다.
때문에 북한은 핵 문제·팀 스피리트 등의 걸림돌이 없어지면 남한, 미일에 대한 경협 및 수교 손짓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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