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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몇가지 일을 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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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데비는 출근길에 차를 몰면서 커피를 마시며 아침식사를 한다. e-메일을 체크하면서 입을 다문 채 채팅을 한다. 종종 한꺼번에 이뤄지는 일들이다. 그녀는 시간 낭비를 무척 싫어한다. 어디 이 여성 방송인뿐만이겠는가. 앨런은 신입사원을 뽑는 면접을 하면서 e-메일 답장도 하고 웹 서핑까지 즐긴다. 이들은 ‘엘리트 인종’으로 불리는 멀티태스커들이다. 이들은 우리 조상들이 하루에 했던 일들보다 많은 일들을 5분 내에 해치울 수 있다. 적어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멀티태스킹에 대한 논쟁은 최근 운전 도중 휴대폰 통화 문제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부각되었다. 앨런이 모자라는 신입사원을 뽑았다고 해도 사람 목숨이 오가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데비가 운전 도중 뭔가 보지 못하고 지나쳤거나 그에 대한 반응이 느렸다면, 엄청난 사태로 발전했을 것이다. 실제로 2005년 영국에서는 운전 도중 통화를 하다가 발생한 사고로 13명이 사망하고 400명이 중상을 입었다. 캘리포니아 샌터 모니카에 있는 ‘인간 유전인자와 생명공학 협회’(Human Factors and Ergonomics Society)에 따르면, 같은 해 미국에서는 운전 도중 휴대폰 통화로 인해 2600명이 죽고 33만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멀티태스킹은 근본적으로 불가능

멀티태스킹 때문에 나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운전중 통화에 그치지 않는다. 최신 연구들이 밝혀낸 대뇌 병목현상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멀티태스킹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실험의 결과가 실재 세계의 행동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자신이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함께 수행하는 모든 일에서――또는 기껏해야 하나를 뺀 모든 일에서――평균 이하의 성과를 낼 뿐이다. 연습하면 좀 나아지긴 하겠지만, 한꺼번에 하나의 일에 집중하는 것만큼 좋은 결과는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테네시주 내시빌 밴더빌트대의 심리학자 르네 마르와 교수에 따르면, 문제는 대뇌에서 병목 지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마르와 교수는 실험참가자들에게 어떤 화면을 보여주고 붉은 원 같은 특정 이미지가 나타날 때 집게 손가락(인지)로 단추를 누르도록 했다. 각기 다른 색깔의 원은 다른 손가락으로 눌러야 한다. 반응시간은 평균 0.5초가 걸렸다. 실험참가자들은 금방 최고의 성취도에 도달했다. 그런 다음 각기 다른 녹음을 듣고 특정한 소리로 반응하도록 했다. 가령 새의 울음소리에는 “바”, 전자음향은 “코”로 반응해야 한다. 이번에도 별 문제는 없었다. 정상인이라면 0.5초만에 거의 힘들이지 않고 해낼 수 있다.

문제는 이미지를 보여준 다음 곧바로 소리를 들려줄 때 나타났다. 이번에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는 “동시에 이미지를 보여주고 소리를 들려주면 그중 한 가지 일은 뒤로 미루게 된다”고 말한다. 사실 두번째 일이 0.5초 이내에 주어져서 아직 첫번째 일을 처리하고 반응해야 하기 때문에 첫번째 일이 끝날 때까지 두번째 일은 연기된다. 최대 규모의 2중 과업 연기(dual-task delays)는 두 가지 임무가 동시에 주어질 때 나타난다. 과업을 제기하는 시간 간격이 길어질수록 연기는 점점 짧아진다(그림 참조).

대뇌에도 병목 현상이 발생

마르와 교수에 따르면, 우리가 열중하게 되는 것은 적어도 3개의 지점이다. 첫째는 그냥 우리가 보는 것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것은 0.2∼0.3초 정도 걸린다. 이 동안에는 두번째 아이템을 보고 인식할 수 없다. 이같은 한계를 가리켜 ‘주의 깜박임’(attentional blink=표적에 대한 주의로 인해 이전에 제시된 자극의 처리가 힘들어지는 현상)라고 한다. 특정 사건을 주시하고 있고 두번째 사건이 이 중요한 주의집중 시간대 안에 갑자기 나타나면 시각 피질에는 등록되지만 그에 대해 행동을 취할 수는 없다. 흥미로운 것은 첫번째 사건에 대해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두번째 사건에 대해 반응하는데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므로 실제로 주의 깜박임 때문에 무슨 일이 초래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두번째 한계는 우리의 단기 시각 기억이다. 우리는 동시에 4개의 아이템까지에 대한 기억을 좇아갈 수 있다.어렵고 복잡한 것이라면 더 갯수가 줄어든다. 이러한 능력 부족은 장면의 커다란 변화도 알아챌 수 없는 ‘변화맹(變化盲)’을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해준다. 거의 같은 사진 두 장을 보여주면--가령 한 사진에 있던 비행기 엔진이 다른 사진에는 사라졌는데도---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믿기지 않는다면 www.psych.ubc.ca/~rensink/flicker/download에서 확인해 보라). 하지만 여기서 다시 정말로 멀티 태스킹을 제한하는 근본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결국 저장 능력의 부족에 기인하는 것인가, 아니면 관찰자가 주의력을 어느 정도 기울이느냐에 달려있는가?

세번째 한계는 자극에 대한 반응의 선택도 지능을 요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가령 길에서 아이를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거나, 어머니가 전화로 아버지와 이혼을 생각 중이라는 얘기를 했을 때 대답하는 것 말이다. 이들 중 하나를 선택해 반응하는 것은 다른 것에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0.3∼0.4초 정도 늦춘다. 이것이 ‘반응 선택의 병목’이론이다. 1952년에 처음 나왔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논문에서 마르와 교수와 동료들은 이 병목 현상이 대뇌의 서로 다른 두 부분에서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Neuron, vol. 52, p. 1109). 인접한 시간대에 발생하는 2개의 임무 중 각각에 대해 피검사자가 8개의 가능한 반응을 선택하려고 애쓰는 동안 대뇌를 fMRI로 촬영함으로써 알아낸 사실이다. 이들은 이들 대뇌 부분이 어떤 특정 감각과도 연결된 것이 아니라 반응을 선택하는 과정에 대체로 관련되어 있음을 밝혀냈다.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할 때 이들 반응을 대기시키는 것 같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연습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극복 가능

하지만 앤아버 미시간대 심리학과 데이비드 마이어 교수는 병목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2중 과업의 상호간섭은 대뇌가 다중 행위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의 흔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마이어에 대해 동료 학자들 사이에서 낙관론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실험을 통해 충분한 연습―적어도 2000회―만 거치면 어떤 사람들은 마치 차례로 하듯 두 가지 일을 거의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음을 밝혀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잘 조화시키는 중앙 인식 프로세서가 있으며, 게다가 이 장치는 사리판단의 기능도 있다고 보았다. 때로는 다른 것을 완성하는 동안 하나의 일을 미루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연습해도 모든 사람이 이 조화로운 시간 배분에 성공할 수는 없다. 마이어 교수는 개인차는 이 프로세서(처리장치)의 특성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어떤 두뇌는 더 조심스럽고 어떤 두뇌는 더 과감하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는 아무런 눈에 띄는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 따르면 2중 과업 간섭을 가져오는 것은 중앙 병목이 아니라 ‘비교 우위와 시리즈 순서에 대한 지시를 따르도록 과업 처리과정의 일정을 적절히 짜는 실행 적응 통제 때문이다.

마르와도 연습이 때로는 간섭 효과를 없애준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그는 실험 대상자들에게 2주간 매일 1시간씩 연습시키니까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한꺼번에 하는 것에 엄청나게 향상됐다. 마이어 교수와 마르와 교수의 주장에서 다른 부분은 이때 대뇌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마르와는 어떤 과업을 수행할 때 연습을 많이 하다 보면 덜 혼잡한 우회로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고 본다. 마치 간선도로에 교통 정체가 심할 때 믿음직한 뒷골목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실상 과업에 대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결국 우리 대부분이 습관처럼 해오던 무의식적인 멀티태스킹의 구체적인 예는 무수히 많다. 말하면서 이야기하기, 먹으면서 책 읽기, TV를 보면서 빨래 개기….

하지만 2중 과업 중에는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되는 게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역시 멀티태스킹을 연구하고 있는 캐나다 몬트리올대의 피에르 졸리쾨르 교수는 “어떤 일들은 정말 한꺼번에 두 개를 하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시각적 자극과 근육운동 반응을 포함하는 2중 과업이나 청각적 자극과 언어적 반응을 포함하는 2중 과업은 충분한 연습을 하면 따로 하는 것 못지 않게 같이 해도 잘 된다. 그는 이들이 사용하는 두뇌 연결이 특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들음으로써 말하기를 배우고, 봄으로써 움직이는 것을 배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각적 자극과 언어적 반응, 음향적 자극과 근육적 반응을 결합하면 아무런 극적인 진보가 나타나지 않는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잘 결합되지 않는다.

실험은 간단하게 할 수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의 멀티태스킹은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한다. 낙천적인 마이어까지도 우리가 어떻게 삶을 살아가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e-메일에 답장을 보내면서 신입사원 면접을 한다는게 말이 되는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안전 운전을 할 수 있다고 믿는 멀티태스킹 연구자는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사실 지난해 솔트 레이크 시티 유타대 데이비드 스트레이어 교수는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운전하는 것이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Human Factors, vol. 48, p.381) 스트레이어는 다른 연구에서 핸즈 프리 장비를 사용해도 운전자의 반응 시간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차에 타고 있지 않은 사람과 대화하는 행위 그 자체가 운전자의 주의력을 분산시켜 운전자가 직면하고 있는 뜻밖의 사고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결론지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멀티태스킹 능력 저하

나이를 먹을수록 멀티태스킹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노화와 인지 능력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어바나 샴페인 일리노이 주립대의 아트 크레이머 교수에 따르면, 멀티태스킹 능력은 20대에 정점에 다다른다. 30대를 거쳐 50대까지 서서히 내려가긴 하지만 쇠퇴하는 것은 분명하다. 55세 이후에는 급격히 떨어진다. 크레이머와 동료 교수들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자동차 운전을 하는 시뮬레이션 실험을 젊은 사람과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그는 젊은이들은 배경의 변화를 놓치는 반면에, 노인들은 매우 중요한 사항을 분간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노인들은 젊은이보다 어떤 장면의 더 중요한 부분에 주의력을 기울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55세 이상에게 모두 나쁜 소식은 아니다. 크레이머는 나이 많은 사람들은 연습(경험)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음을 알아냈다. 이들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뿐만 아니라 대뇌 촬영 결과 인지 능력 향상의 밑바탕에는 대뇌의 활성화가 되는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나이가 늙어가면 때로는 연습이 도움이 되지만, 기본적인 사실은 여전히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우리는 대단한 복잡한 대뇌를 갖고 있다는 인상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보잘 것 없고 손상을 주는 한계를 갖고 있다.” 크레이머는 말하기를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서 우리는 동시에 한 가지 이상의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므로 그런 방향으로 진화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미래에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방향으로 진화할지도 모를 일이다. 데비와 앨런 같은 사람이 언젠가 진정한 멀티태스커라는 새로운 인종의 조상으로 떠오를지 모를 일이다.


수퍼군인 또는 인지 강화 시스템

멀티 태스킹은 과연 가능한가

한꺼번에 두 가지 일을 하기가 힘들다고? 이들 일 중 하나가 당신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사람을 급히 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보자. 미국 국방고등연구국(DARPA)는 ‘인식 강화’또는 AugCog라고 이름붙인 7000만 달러짜리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군인들이 멀티태스킹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주는 장치다. 군인들은 실전에서 사방에서 닥쳐오는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때로는 총알을 피해야 하고 육박전도 벌여야 한다. 마지막 순간에는 라디오 이어폰으로 사령관의 엉뚱한 정보가 흘러 나올 수도 있다. 그러므로 군인의 심적 부담이 얼마나 큰지를 알아야 사령관이 그의 내적 멀티태스킹 능력을 넘어서서 군인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과도한 명령을 주지 않게 된다.

“나는 단순한 사람입니다.”최근까지도 AugCog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딜런 슈모로는 농담조로 말했다. “가끔 알고 싶어요. 대뇌가 꽉 차 있는지 텅 비어 있는지.”특히 그는 대뇌의 어떤 부분이 꽉차있어서-언어 영역, 공간 영역?-어떤 부분을 더 채울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가령 문자 영역이 꽉 차 있다면, 정보를 그래픽으로 보여주면 넣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 대신에 어떤 사람이 정말 한계에 도달했다면 허접한 잡동사니들을 걸러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머리 안에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슈모로와 그의 연구팀은 리얼타임 감지 시스템을 개발해 대뇌에서 벌어지는 전기적 활동, 심장 박동수, 발한(發汗) 정도, 동공 팽창, 몸짓 등을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이들 변수들을 실험대상자의 인식 과부하를 가져오는 이들 변수들을 자동 분석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기록한다. 센서로 무장하고 시각적 과부하가 걸리면 정보가 진동 벨트를 통해 모자의 차양, 또는 헤드폰을 통해 시각적으로 전달된다.

AugCog는 근적외선 영상이라 불리는 새로운 착용식 리얼 타임 두뇌 영상 시스템의 사용 가능성을 검토해왔다. 근적외선 방사체가 두피와 두개골을 거쳐 대뇌로 방사선을 비추면, 수신인은 뒤로 반사되는 것을 측정해 각기 다른 대뇌 부분의 활동을 보여준다. 모든 장비는 헬멧이나 머리띠에 장착할 수 있다. 매우 투박하긴 하지만 쓸만하다. 샬로테빌 버지니아대의 데니스 프로피트 교수의 말이다. 그도 ‘인지 강화’를 연구 중이다. 현재 상용화를 위한 시험 단계에 있다.

군(軍)에서만 ‘인지 강화’에 관심있는 게 아니다. 다임러 크라이슬러 같은 자동차 제조업체에서도 이 시스템이 안전 운전에 도움이 될지 검토하고 있다. 가령 휴대폰을 걸고 보이스 메일을 보내는 장치를 장착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게임 회사에서도 이 방법을 이용해 게임의 난이도를 결정하려고 관심을 갖고 있다.

*이 글은 Alison Motluk의 “How Many Things Can You Do At Once?”를 옮긴 것입니다.

이장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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