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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로스쿨 유치'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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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4일 오전 10시30분 대구시 산격동 경북대학교 총장실. 노동일 총장과 배병한 로스쿨 유치위원장(기획처장), 조홍석 법대학장, 김효신 법학부장이 긴급 회의를 가졌다. 전날 밤 국회에서 로스쿨법(법학전문대학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이 통과돼 대책 마련을 위한 자리였다. "자, 이제 본게임이 시작됐습니다. 대학 구성원 모두 로스쿨 유치에 매달려야 합니다."

노 총장의 어조는 단호했다. 참석자들은 법학전문 대학원 건물을 10월까지 완공하고, 연말까지 교수진 38명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점검했다. 이들은 법학전문 대학원 건물 공사를 마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 유능한 교수진 확보를 위해서는 좀 더 노력을 기울이기로 하고 40분 만에 회의를 마쳤다. 로스쿨 유치를 위한 지방대학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전국의 대학 중 10곳 정도에 로스쿨이 설치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비상 걸린 지방대=지방대들은 법조계의 요구대로 로스쿨 정원을 1500~1700명으로 하면 지방대로 돌아갈 몫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다. 현재 로스쿨을 준비 중인 대학은 전국 40개 정도인데 서울의 주요 대학만 10여 개가 넘는다.

이 때문에 지방대는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지역별로 골고루 로스쿨을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대전 한남대 이석용 법대 학장은 "지방대도 로스쿨을 유치할 자격과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지방대라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주대 고봉수 교무처장은 "외딴 섬이면서도 특별자치도로 성장 중인 제주를 도외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교수 충원.특성화 교육으로 승부=지방대들은 일찌감치 준비를 시작해 이미 로스쿨 건물을 확보했거나 건물을 짓는 중이다. 앞으로 관건은 얼마나 많은 유능한 교수를 확보하느냐다. 영남대는 이달 중 교수 채용에 나서기로 했다. 이 학교는 현재 23명인 교수를 38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법학 교육 특성화 작업도 한창이다.

충남대는 최근 50여억원을 들여 로스쿨 전용 건물로 사용될 지적재산권법 교육연구센터(6층)를 완공했다. 대학 측은 2000년부터 특허법무대학원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로스쿨을 특허전문대학원으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전북대는 동북아법의 연구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전남대는 공익인권.동아시아법.보건의료법 분야의 특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홍권삼.김방현.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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