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으로 국내진출후 재계약 외면/외국기업 「얌체상술」 기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로열티 올리자” 힘든 조건 요구/화장품·비누 등 시장 손쉽게 파고들어
외국기업들이 국내기업과 합작 도는 기술제휴형태로 진출한뒤 계약기간 만료가 다가오면 로열티 인상 등 들어주기 힘든 조건을 요구,재계약을 깬다음 그동안 합작으로 다져놓은 국내시장을 혼자 차지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이같은 「얌체 상술」은 비누·치약 등 생활용품과 화장품·제약 등 세계 유명브랜드를 앞세운 다국적 기업들이 즐겨 사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애써 닦아놓은 국내 시장을 손쉽게 내주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국계 유니레버사는 82년 태평양화학과 합작으로 클로우즈업치약을 만들어 럭키치약의 아성에 도전,시장점유율 20%까지 올린뒤 86년 제휴선을 애경산업으로 돌렸으며 최근에는 독자생산을 위해 애경산업과 다시 결별,지분정리단계에 있다.
이로 인해 태평양화학의 치약부문은 순식간에 매출이 급락했으며 애경산업도 유니레버와 합작생산하던 치약·샴푸 등에 매년 광고예산의 절반을 투입했다가 결국 유니레버 제품만 인지도를 높여주었다. 유니레버는 애경산업과 지분정리가 되는대로 국내시장에 독자진출할 계획이며 이를 위한 전단계로 「마스터라인」이란 브랜드로 제과·제빵사업에 뛰어들었다.
또 서통그룹과 합작으로 89년 국내에 진출한 P&G사는 지난해 5월 서통의 모든 지분을 인수,한국 P&G를 설립해 아이보리비누·팸퍼스기저귀 등을 수입판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내생산을 위해 충남 천안에 공장을 건설중이다.
한국화장품과 기술제휴관계에 있는 프랑스의 랑콤화장품은 오는 9월 계약기간이 끝나는 대로 국내시장에 독자진출할 계획으로 알려져 랑콤브랜드에 매출의 20%를 의존하고 있는 한국화장품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제약업계로까지 확대,종근당의 사리돈,유한양행의 게부랄티,태평양제약의 엣센샬포르테(간장약) 등 국내업계의 간판역할을 해오던 일부 브랜드는 이미 상표를 제공했던 외국기업에 환수돼 독자적인 영업망을 통해 팔리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